수비는 기본이요 타격도 되는 김연훈, kt의 보물

기사입력 2016-04-04 10:41


KT와 SK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1사 1, 3루 KT 김연훈이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4.03/

"김연훈 영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해 11월 열린 프로야구 2차드래프트. kt 위즈 나도현 운영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kt는 2차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LG 트윈스 소속이던 이진영을 선택했다. 모든 관심이 이진영의 이적에 쏠려있었다. 그 때 나 팀장이 한 한마디. "이진영 영입도 우리에게는 행운이지만, 2라운드 김연훈을 데려온 것이 더 기쁜 일이다"라고 말했다.

kt 입장에서는 진짜 기쁜 일이 됐다. 보물을 얻은 느낌일 것이다. 김연훈은 SK 와이번스와의 개막 3연전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1일 개막전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홈런을 쳤고, 3일 경기에서는 0-2로 밀리던 7회초 동점 2타점 2루타를 때려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연훈은 감독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선수다. 홈런, 안타를 뻥뻥 쳐서일까.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내야 전포지션 완벽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SK 와이번스 시절 유격수로 출발을 했는데 그는 유격수 뿐 아니라 3루수, 2루수 수비도 가능하다. 보통 내야 전포지션 수비 소화라 하면 이 세 자리를 커버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김연훈은 1루 수비도 한다. 실제, 3일 SK전에서는 3루수가 아닌 1루수로 출전을 했다. 조범현 감독은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김연훈의 1군 엔트리 포함을 계산했다. 김연훈이라는 선수 1명이 있으면 내야 백업 요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백업 요원으로 살 수 없는 일. 김연훈은 kt 이적을 계기로 달라질 것을 선언했다. 수비 뿐 아니라 방망이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다는 것이다. 미국 캠프에서 그 어느 전지훈련 때보다 타격 훈련 비중을 높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선배 김상현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김상현은 김연훈에게 "네가 수비 잘하는 건 야구판 누구나 다 안다. 거기서 만족하면 안된다. 방망이도 잘 쳐야 네 확실한 자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연훈도 "갑자기 홈런 많이 치는 타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타격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화답했다. 그 결과물이 개막 3연전부터 확실히 나왔다. 3일 경기 2루타 2개를 때렸다. 첫 타석 우중간 타구가 김강민에게 잡혔는데, 이 타구도 김강민이라는 중견수가 아니었다면 우중간을 가를 2루타 타구였다.

사실 타격은 보너스다. 김연훈은 1, 2일 경기 갑작스러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앤디 마르테의 3루 수비 공백을 완벽히 채워줬다. 3일 경기에서는 2일 다친 김상현을 대신해 1루수로 변신, 야수들의 송구를 잘 받아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하고 돌아오면, 김연훈은 다시 백업 자리로 돌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개막 3연전 활약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수비형 백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한 주전 내야수로 거듭날 수 있는 게 프로의 세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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