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레전드 크러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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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의 개막을 축하하고, 한 시즌의 승승장구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시구. 한화는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시구 이벤트를 벌였다. 팬들 역시 한화의 이러한 기획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이렇게 '팬심'을 제대로 강타한 한화의 개막 시구는 마치 첩보 작전을 연상케 할만큼 철저한 보안 유지와 기밀 작전을 통해 만들어졌다. 사실 한화가 구대성을 시구자로 선정한 것은 개막 2주일쯤 전이다. 원래 대전 홈경기 개막전 시구는 그간 꾸준히 대전시장의 몫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때마침 권선택 대전시장이 독일로 해외 출장을 가게 된 것.
한화는 사실 레전드 스타플레이어가 많다. 그런데 하필 현재 다른 팀의 코치(장종훈)이거나 방송 해설위원(송진우 정민철)을 하고 있어서 막상 시구자로 초청하기에 적합치 않았다. 그때 "1999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구대성이 호주에 있는데 불러보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팀에 승리에 관한 투혼을 불어넣고 덩달아 우승의 기운을 전하는 차원에서 보면 구대성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문제는 구대성이 현재 한국에 없다는 점. 2010년 은퇴 후 가족들과 함께 호주로 건너갔고, 거기서 현역생활을 이어가며 거의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심지어 호주 청소년 대표팀 코치까지 하고 있다. 과연 구대성이 그런 일을 잠시 미루고 한국까지 올 것인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단 연락부터 넣었다. 그런데 시구 초청 제안을 받은 구대성은 말을 듣자마자 "내가 할게"라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특유의 스타일 대로 "근데 내가 알아서 준비하고 한국 가서 야구장까지 갈테니까 구단에서는 따로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 이어졌다. 실제로 구대성은 시구 하루 전인 지난 4일 아내와 함께 입국해 대전으로 이동했고, 5일에 스스로 알아서 1999년 우승당시 유니폼을 준비해 야구장에 나타났다.
이런 과정이 이어지는 동안 한화 구단은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레전드 구대성 시구의 감동을 극대화하고 팬심을 흔들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에 깜짝 공개가 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구대성 시구가 결정된 후 약 10일 동안 한화는 외부에는 입을 닫은 채 내부적으로 최고의 이벤트를 만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결국 이런 철저한 준비를 통해 팬들의 감성을 저격할 수 있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