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초반 위기를 보는 두 가지 시선

기사입력 2016-04-13 10:26


'독수리호'는 지금 과연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가.

한화 이글스는 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강팀' 또는'우승후보'로 분류됐다. 가장 큰 이유는 전력 보강 요소가 많았기 때문. 지난해 후반에 합류해 압도적인 위력을 과시했던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와 재계약 했고, 메이저리그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친 윌린 로사리오도 영입했다. 여기에만 총 320만달러(로저스 190만달러, 로사리오 130만달러)를 투자했다. 또 강력한 좌완 불펜인 정우람을 FA로 영입하기도 했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LG가 연장 승부 끝에 한화에 8대 7로 역전승을 거뒀다. 두 경기 연속 연장전 끝에 패배한 한화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4.02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투자와 전력 보강 작업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반 한화는 '강팀'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2일까지 치른 9경기에서 겨우 2승밖에 거두지 못하면서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투자에 비해 성과가 아직까지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러한 한화의 초반 부진에 대해 야구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나는 지금 나타나는 모습이 한화의 올시즌 운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관점. 이를 쉽게 표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다. 누적된 팀내의 문제점들이 시즌 초반부터 수면위로 드러났고, 향후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관점은 지난해부터 한화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경기 운용 방식에 대한 비판론에서 출발한다. '퀵후크'와 '불펜 총투입' '특별 훈련(타격 수비 투구)' '빈번한 대타 및 대주자 등장'같은 김 감독 특유의 경기 운영 스타일이 결국 팀내 데미지를 누적시켜왔고, 그 악영향이 올해 초반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A 방송해설위원은 "김 감독님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방대한 식견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걸 선수들에게 적용하고 팀을 끌어가는 방식은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는게 아닐까. 특히 한화의 주축은 30대 이상의 중견과 선참 선수들이다. 이들에게 김 감독이 거의 일방향적으로 주입하는 '열정'이 오히려 '피로감'으로 누적되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선수들이 자발적인 역동성을 잃은 채 수동적인 야구를 하고 있고, 그 결과가 현재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분명 현재 한화의 경기력이나 성적이 바닥권이지만, 초반 '조정'의 과정일 뿐이며 향후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낙관론'이다. 김 감독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한데, 이 또한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우선 현 시점에서는 평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논리가 있다. 고작 10경기도 다 소화하지 않은 시점에서 팀 전력이나 시즌 운명을 판단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사실 현역 감독들 대부분 현재의 성적이나 팀 전력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적어도 30~40경기 이상 치러본 뒤에야 팀의 진면목이 나타난다는 게 현장의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화의 현재 부진을 '결과'가 아닌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향후 한화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될 '복귀 자원'이 많다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기본적으로 에이스인 로저스가 가세한다면 현재 가장 큰 고민인 선발진 난조 문제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여기에 안영명과 이태양까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온다면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레 정리될 수 있다. 불펜자원 윤규진 또한 컴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는 한 가지 큰 허점이 있다. 복귀 자원들이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낸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 로저스나 안영명 이태양이 시즌 개막부터 1군에 나오지 못한 건 그만큼 몸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시간을 들여 재활을 마무리하고 컴백 준비를 해왔다. 이런 선수들이 1군 컴백 후 곧바로 100% 전력을 쏟아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다. 그저 결과를 봐야 안다. 만약 이 선수들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고, 한화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그 순간 낙관론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과연 한화는, 그리고 김 감독은 반전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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