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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보니 까마득한 후배들뿐이다. 개막 엔트리를 보니 투수조, 야수조를 통틀어 최고참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어느덧 프로 14년차다. 두산 베어스 정재훈(36) 이름 앞에 베테랑 수식어가 따라 붙은 지도 꽤 됐다.
2005년 25세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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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현재 11경기에서 6홀드 0.54의 평균자책점을 찍고 있다. 캠프 때만 해도 김태형 감독 머릿속에 없던 투수가 200%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최근 '2005년 때는 어땠냐'는 질문을 했다. 올 시즌 투구 패턴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워낙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혹시 10년 전 일을 기억하시냐"는 농담이었다. 맞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일주일에 5세이브를 거뒀고, 자고 일어나면 몸이 아무렇지도 않던 시절이었다. 스피드도 지금보다 훨씬 빨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구위에는 자신 있었지만, 어렸기 때문에 '오늘 못 막으면 인생 끝나는구나'라는 초조함을 느꼈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더 센 농담이 날아왔다. "정확히 10㎞가 느려졌죠." 하지만 김 감독도 "예전에는 안 던졌던 커터를 던 진다. 안정감 측면에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워낙 손 끝 감각이 좋은 투수다. 금방 배우고 금방 써먹는다"고 했다. 또 "오늘 이 공이 좋다 싶으면 그 구종 위주로 피칭을 한다. 다만 몸 상태가 관건인데, 체력 관리를 해줘야 한다. 본인이 '괜찮다'고 해서 내보내고 있지만 연투나 투구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재훈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캠프 때 후배들 훈련 스케줄을 따라가지 않고, 알아서 페이스를 끌어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운동할 때말고는 저절로 축 늘어진다"면서 쉬는 게 유일한 답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초조함', '부담감'에 대해 논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생긴 변화다. 정재훈은 "지금이 세이브 타이틀을 가져갔을 때보다 좋은 것 같다. 마운드에서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며 "전광판에 찍힌 스피드는 뚝 떨어졌고 1년 전보다 공이 느려진 기분이지만, 전력 피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개인 성적은 물론 팀도 잘 나가니 힘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불펜 투수라면 누구나 코칭스태프에 인정받아 타이트한 상황에서 등판하길 원한다. 지금은 상대 타자들이 '이 상황에 나오는 투수 공이 이렇게 느린가?' 하는 느낌 때문에 못 치는 것 같다"면서 "작년 우승을 통해 다들 여유가 생겼다. 후배들에게 특별한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섞여서 간다는 느낌으로 남은 긴 시즌 잘 치르겠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