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경기 때 꼭 빠지지 않는 응원이 있다. 8회가 되면 관중석의 팬들이 일제히 기립해 두 손을 허리에 대고 절도있게 박자를 맞춰 "최·강·한·화"를 목청껏 외친다.(대전 홈경기 때는 8회말, 원정 때는 8회초 공격 때 진행되는 응원이다) 그런데 이 응원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모양이다. 경기장 전체 분위기를 끌어오면서 공명을 일으킨다. 지난 몇 년간 한화는 '가을야구'도 못했고, 더군다나 '최강'이었던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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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김성근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 소동. 잠실구장 주차장 근처에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 현수막을 놓고 충돌이 있었는데, 홍 단장은 우연히 이 장면을 보고 달려가 싸움을 말렸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일부이긴 해도, 감독 퇴진 요구가 나올 정도로 팀 분위기가 안 좋다. 김성근 감독을 열성적으로 반기고 지지를 보냈던 한화팬들이 많이 돌아섰다. 대전 홈구장 관중도 지난해보다 많이 줄었다. 지난 26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9경기에 평균 7640명이 입장했다. 지난해 평균 9130명에서 1500명 정도가 빠졌다. 그렇다고 응원 열기까지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감독에 대한 불신을 쓸쩍 내비치는 팬들은 있다. 온갖 상황에서 등판해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송창식이 나오면 관중석에서 "또 송창식이냐"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잦은 투수 교체 때마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수근대는 소리가 들린다. 대놓고 말을 안할 뿐이지 김성근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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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화는 전국구 최고 인기팀 대접을 받는다. 올시즌 원정경기 관중동원력에서 한화는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를 앞선다. KIA와 롯데, LG가 1만~1만2000명에 그쳤는데, 한화는 1만5000명이 넘는다. 잠실구장 원정경기를 보면, 원정팀 한화쪽 관중이 절반을 넘을 때가 있다. 대전 홈 관중과 잠실구장 등 원정 관중들의 반응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홍 단장은 "잠실 원정 때 팬들의 열기가 더 뜨겁다. 함성도 더 크고 더 적극적이다. 홈 팬들만큼 자주 경기를 접하지 못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한화는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개막 2연전 모두 연장 끝내기 안타를 맞고 졌다. 서울팬들이나 응원단상의 응원단장, 치어리들에게는 다시 떠올리고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올해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26일 KIA전 2회 김태균의 선제 홈런. 지난 주말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경기 때부터 김태균 타석 때 홈런을 외쳤다. 그런데 두산 3연전에서 12타수 무안타. 26일 2회 첫 타석 때도 "김태균 홈런"을 외쳤는데, 거짓말처럼 시즌 첫 홈런이 나왔다. 4대2 승리로 이어진 한방이었다. 선수가 힘을 내면 팬도 응원단장도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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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상에 있다보면 선수별 인기도를 체감할 수 있다. 이용규 정근우 타석 때 팬들의 호응이 좋고,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도 꾸준하다. 지난해부터 김경언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졌다. 강경학은 인기 걸그룹 노래를 개사한 응원가가 반응이 좋다고 한다. 선수별 응원곡이 분위기를 띄울 때가 많다.
홍 단장은 "아직 144경기 중 극히 일부만 소화했다. 기다리면 치고올라갈 찬스가 올 것이다. 열심히 응원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의 바람이 이뤄질 지 지켜보자.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