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모범 FA, 베테랑의 힘 보여주는 박기혁

기사입력 2016-05-01 08:11


LG와 kt의 주말 3연전 두번째 경기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kt 유격수 박기혁이 9회말 1루 LG 이천웅의 내야땅볼을 몸을 날려 잡은 후 2루에 토스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4.30/

박기혁의 활약이 없었다면 kt 위즈의 연패는 더욱 길어졌다?

kt는 4월 마지막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3대2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4월 12승13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4월 마지막 3연패 과정과 정말 힘겨운 과정 끝에 연패를 탈출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kt가 1군 2년차 팀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매우 팽팽한 힘 싸움에서는 선배팀들에 조금씩 밀리는 모습인데, 이를 극복해야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누구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팀은 없다. 이런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중심에는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있다. 젊은 선수들이 한계를 보일 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면 팀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kt 박기혁이 그 모습을 잘보여줬다. kt는 LG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3연패였다. 침묵한 방망이가 문제였다. 타격이 되지 않아 연패에 빠지면 타자들이 조급해지고, 상대 투수들의 자신감은 올라간다. 이날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랬다. kt 타선은 LG 선발 헨리 소사의 구위에 밀려 분위기 싸움에서 압도당했다. 선취점도 LG의 몫이었다. 그런데 0-1로 밀리던 5회초 2사 1, 2루 상황서 박기혁이 소사를 상대로 동점 우중간 2루타를 때려냈다. 뛰어난 수비력에 비해 타격은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박기혁이지만, 쉽게 잡을 수 없던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중심타자들도 쉽게 맞히지 못하던 소사의 강속구를 9번타자가 때려내자 팀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이날 경기 6회 터진 이진영의 도망가는 1타점 적시타, 그리고 7회 김종민의 결승 적시타 장면도 멋졌지만 만약 박기혁이 5회 동점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면 경기 흐름은 LG와 소사쪽으로 넘어갔을 확률이 매우 높다.

공격 뿐 아니다. 장기인 수비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 kt는 마무리 장시환이 1점차 상황서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위력적인 공을 가져 지난해부터 마무리로 자리잡은 장시환이지만, 아직 마무리로서 경험이 부족하다.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관중이 많은 잠실구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제구 불안을 노출했다. 그리고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kt의 대위기. 하지만 여기서 박기혁이 빛났다. 이천웅의 강한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 2루에서 1루 대주자 황목치승을 잡아냈다. 사실상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강한 안타성 타구였는데, 박기혁이 몸을 던져 글러브로 공을 막아냈다. 그리고 글러브에서 빠져나온 공을 확인한 뒤 침착하게 공을 주워 2루수 박경수에게 토스했다. 젊은 선수였다면 공을 막아놓는 것은 제쳐두고, 글러브에서 빠진 공을 급하게 처리하려다 실수할 가능성이 높은 장면이었는데 박기혁은 침착하게 대처를 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2루주자가 살아 무사 1, 2루가 됐다면 kt의 연패는 더 길어졌을 지 모른다. 이 아웃카운트 1개로 장시환이 마음의 안정을 얻어 승리를 지켰다.

박기혁은 지난해 kt의 1군 첫 참가를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정든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를 떠났다. 3+1년 총액 11억4000만원의 조건이었다. 수십억대 FA 선수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초라한 계약일 수 있었지만 박기혁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kt 수비의 중심 역할을 잘해줬다. 평소 칭찬을 잘 하지 않는 조범현 감독조차 "몸값을 생각한다면, 정말 훌륭한 영입이고 활약이었다"고 얘기했을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모범 FA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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