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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적응을 이렇게 빠른 기간 이루리라고는 사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동안 적응을 마친 때문인지 시즌초 딱히 적응 기간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박병호가 이렇게 빠르게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선구안을 꼽는 이들이 많다. 보통 홈런타자라면 선구안보다는 파워에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박병호는 처음 대결하는 투수들의 공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면서 적응기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4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벌어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렸다. 시즌 타율 2할5푼에 7홈런, 12타점을 기록한 박병호는 아메리칸리그 홈런 부문 공동 4위로 뛰어올랐다. 이 부문 리그 1위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로빈슨 카노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조시 도날드슨으로 각각 9홈런을 마크중이다
첫 두 타석에서 11개의 공을 보며 나름대로 맥휴의 특징을 파악한 박병호는 결국 세 번째 타석에서 홈런포를 날렸다. 2사후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맥휴를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7구째 바깥쪽 낮은 91마일짜리 직구를 그대로 밀어 때려 우측 담장을 넘겼다. 우측 외야석 2층에 떨어지는 비거리 397피트(약 121m)짜리 아치였다. 지난 1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경기에서 최강 에이스 조던 짐머맨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날렸던 박병호는 3일만에 다시 대포를 가동, 시즌 7번째 홈런포를 때려냈다.
끈질기 선구안이 돋보였다. 박병호는 초구 스트라이크, 2구 파울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3구째 74마일짜리 낮은 커브를 볼로 고른 뒤 4구째 86마일 커터를 파울로 걷어내며 볼카운트 2B2S를 만들었다. 결정적인 공은 5구째였다. 맥휴가 자신의 주무기인 커브를 낮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는 코스로 던졌는데, 박병호가 이를 파울로 커트해 낸 것이다. 이어 6구째 91마일 커터를 볼로 고른 박병호는 7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를 그대로 밀어쳐 대형 홈런을 만들어냈다. 박병호에게 충격의 홈런을 얻어맞은 맥휴는 곧바로 강판돼 켄 자일스로 교체됐다.
이날까지 박병호는 올시즌 85타석에서 356개의 투구를 봤다. 타석당 평균 4.19개의 공을 맞은 것인데, 이는 오히려 동료 타자들의 평균 4.02개보다 많은 수치다. 그만큼 박병호가 신중하게 공을 골라가며 타격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날 경기 후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게 되면서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