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위기론' 두산, 윤명준 1군 전격 합류

기사입력 2016-05-10 07:04


두산 베어스 윤명준이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스포츠조선 DB..

첫 고비다. 예상보다 늦게 찾아온 감이 있지만, 코칭스태프는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다.

두산 베어스가 4연패에 빠졌다. 5월5일 어린이날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6~9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싹쓸이 패를 당했다. 현재 순위는 19승1무10패. 2위 NC 다이노스(18승11패)와 1경기 차다. 3위 SK 와이번스(19승13패)와는 1.5경기 차다. 두산의 '1강' 체제는 무너졌다.

문제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그 중 불펜이 가장 심각하다. 잘 나갈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민낯. 이제는 상대 팀도, 팬들도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김태형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9일 함덕주 등 4명의 선수를 엔트리에서 빼고 10일 윤명준 등을 콜업했다. 당장 불펜이 완벽히 세팅될 리 없지만, 지금은 버텨야 하는 시기다.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정재훈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ngmin@sportschosun.com / 2016.04.15.
정재훈은 왜 롯데전에 등판하지 않았나

앞서 두산이 잘 나갔던 이유는 막강한 선발진, 또 정재훈 때문이다. 1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프랜차이즈 스타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5일 LG전까지 15경기 성적은 7홀드 1.27의 평균자책점. 후배들은 그의 투구 모습만 봐도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어깨가 좋지 않아 2군에 있는 김강률은 "볼카운트 싸움, 타자와의 승부, 밸런스 등 하나라도 놓칠 게 없다"고 했다. 국가대표 마무리 이현승도 정재훈으로부터 커터 그립을 배워 실전에서 써 먹고 있다.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베테랑 투수가 많은 걸 바꿔 놓은 셈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선수다. 80년생, 우리 나이로 어느덧 서른 일곱 살이다. 그에게 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서 '애니콜'이 돼 달라는 건 무리다. 지금 무리하다간 순위 싸움이 치열한 후반기, 기용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재훈의 확실한 의사 표현이 중요하다. 어딘가 불편하다면 무조건적인 휴식을 부여해야만 한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또 의아해 하는, 그가 6~9일 롯데와의 홈 경기 내내 불펜에서 몸을 풀지 않았던 이유다. 김 감독은 정재훈을 아예 빼고 주말 3연전을 치렀다.

다행히 현재 몸 상태는 크게 걱정할 수준까진 아니다. 그는 9일 잠실구장에 나와 이병국 트레이닝 코치와 캐치볼을 하며 어깨 상태를 체크했다. 10일부터는 정상적인 등판이 가능하다는 게 두산 관계자의 말. 다만 강제적인 휴식 부여는 앞으로도 종종 나올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은 "철저히 관리를 해 줘야 한다. 베테랑인 만큼 본인이 불편하다면 몇 경기 쉬게 해 줘야 한다"고 했다. 물론, 본인이 OK 사인을 보낸다면 언제든 출격 명령이 떨어진다.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에 11대 17로 패배하며 롯데전 스윕과 동시에 4연패에 빠진 두산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5.08.
냉정하게 본 현 두산 불펜 상황은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구상을 이미 마친 상태였다. 야수의 경우 주전/비주전을 명확히 구분했다. 선발진은 개막전 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물론 4월 한 달간 로테이션을 머릿속에 넣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계산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불펜, 바로 필승조다. 그는 "이현승을 제외하고 누가 경기 후반을 책임져야 하는지 계산이 쉽지 않다. 다들 한국시리즈까지 긴 레이스를 펼친 데다 일부 선수는 수술을 받는 등 몸상태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재훈이 놀라운 투구를 했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 때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지만, 칼날 같은 몸쪽 승부로 홀드를 축적했다. 하지만 최고참이 분전하는 사이, 후배들의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우선 왼손 함덕주. 시범경기 막판부터 제구가 말을 듣지 않으며 자신감을 잃었다.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 돌직구를 보유한 우완 김강률. 갑작스럽게 어깨 통증을 느끼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후 지난주까지 재활군에 속했고, 10일부터는 피칭을 재개한다. 그리고 이현호과 진야곱. 기복이 심하다. 충분히 필승조에 합류할 수 있는 자원인데, 안정감이 부족하다. 한 번씩 고비를 넘지 못하다 보니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하나 더, 작년 11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현택도 최근 페이스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예상보다 빨리 몸을 만들어 이름값에 걸맞은 투구를 하다가, 지금은 4월 좋았던 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 두산은 어떻게 든 버텨야 한다. 순위는 1위이지만, 팀 상황은 꽤나 좋지 않다.

윤명준 합류 효과는?

결국 코칭스태프는 엔트리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투수 쪽에서 함덕주와 고봉재를 내리고 윤명준과 홍용현을 콜업하는 결단을 내렸다.

역시 방점은 우완 윤명준에게 찍힌다. 지난해 임시 마무리까지 맡은 투수. 그러나 어깨가 좋지 않아 줄곧 휴식을 취했고 비교적 최근에서야 퓨처스리그 실전을 소화했다. 성적은 3경기 4⅓이닝 1안타 5삼진 무실점. 일단 당장 윤명준이 필승조에서 공을 던진다고 내다보는 코칭스태프는 없다.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 하고, 매일 어깨 상태도 체크해야 한다. 다만 기본적으로 제구력이 나쁘지 않은 투수다. 다른 어린 투수들처럼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위기를 자초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은 갖고 있다. 오랜 기간 1군 선수단이 그리웠을 윤명준이 그 기대와 믿음에 부응해야 한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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