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노경은이 유니폼을 벗었다. 구단은 10일 노경은의 은퇴 결정을 받아들여 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안타깝다. 본인의 뜻이 워낙 확고해 구단은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김태형 감독은 "야구 말고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정말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는데, 답답했는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약 2주간 노경은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또 이번 사태와 관련돼, 그를 둘러싼 트레이드설의 진실은 무엇일까.
냉랭한 분위기였다. 갑작스러운 만들어진 면담 자리에서 구단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2012년 평균자책점 2위(2.53), 완봉 1위(2경기), 승리 5위(12승), 삼진 5위(133개)를 기록한 오른손 베테랑 투수의 은퇴를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2년전부터 내리막을 타고 있어도, 그의 재기를 믿는 야구인은 여럿이었다. 결국 노경은도 "좀 더 생각해보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구단의 말에 "알겠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나 두 번째 만남에서도 노경은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야구 인생에 지칠 대로 지친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작은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새 환경에서, 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작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트레이드를 해 줄 수 있느냐'는 아주 조심스러운 말이 노경은 입에서 나왔다. 구단 관계자는 "알아보겠다. 알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몇몇 구단에 문의한 결과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않았다. "관심 없다"는 지방 구단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카드를 맞출 수 없는 구단도 있었다. 결국 세 번째 만남에서 구단 관계자는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돌아온 노경은의 대답은 "그럼 은퇴하겠습니다"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팬들은 '구단이 노경은을 한화로 트레이드 하려 했고, 이를 노경은이 거부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구단과 선수 사이에 앙금이 쌓여 2군행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은퇴를 선언했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괴소문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각도로 취재해본 결과 22일 노경은의 엔트리 말소가 결정되기 전까지, 두산과 한화는 어떠한 트레이드 논의도 하지 않았다. 두산 관계자는 "노경은과 면담한 뒤 우리가 트레이드를 알아보긴 했어도, 한화 쪽에서 트레이드를 문의한 적은 없다"고 몇 차례나 밝혔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발생한다. 지난 2003년 입단 이후 프로 14년 차가 된 노경은이, 과연 잠시 2군에 가 있으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덜컥 은퇴를 결심했겠냐는 의문이다. 특히 그는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기자를 만나 "정말 올해는 나에게 절실하다. '열심히'란 말은 통하지 않고 무조건 잘해야 한다. 오직 야구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동료들도 "가장 열심히 훈련한다. 분명 노경은 형이 올해 일을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노경은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의 입장은 여전히 전해지지 않고 있다. 허나 정황상 본인이 납득하고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수는 있다. 우천 취소로 선발 로테이션이 한 번 꼬이면서 더욱 그렇다.
7일, 13일 선발 등판한 노경은은 예정대로라면 19일 수원 kt전에 등판해야 했다. 두산 선발은 14일 니퍼트, 15일 유희관, 16일 장원준, 17일 보우덴, 19일 노경은이 등판하는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1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이 우천 취소됐다. 14일 니퍼트, 15일 유희관, 17일 보우덴, 19일 장원준, 20일 니퍼트, 21일 노경은이 등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선수라면 누구나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면서도 5선발이라면 누구나 감당해야 하는 상황. 공교롭게 21일 경기 결과는 좋지 못했다. 경기 후에는 2군행 통보가 날아왔다. 이 때문에 평소 상당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갖고 마운드에 선 그가 '그렇게, 거기서 끝난 기회'에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연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야구에 대한 자책감도 컸을 것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