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타' 이범호로 본 야수 FA, 몸값 제대로 하고 있나

기사입력 2016-05-12 13:06


4월 30일 두산 베어스전 2회말 무사 1루에서 중전 안타를 때린 KIA 이범호.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짧게는 매경기, 길게는 매시즌, 더 멀게는 계약기간 내내 시범대에 올라 평가받는 게 프로야구 선수의 숙명이다. 연봉, 계약금에 담긴 기대치만큼 성적으로 보여줘야 떳떳할 수 있다. 매년 시즌이 끝나면 몰아치는 FA(자유계약선수) 광풍. 지난 겨울에도 어김없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근 몇 년간 투수들이 시장을 주도했는데, 지난 겨울에는 야수들이 주목받았다. 박석민이 삼성 라이온즈를 뒤로하고, 역대 최고액인 '96억원'에 NC 다이노스와 4년 계약을 했다. 한화 이글스의 '얼굴' 김태균은 '4년-84억원'에 잔류를 결정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중심타자 유한준은 '4년간 60억원'에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고, 내년 시즌 후 은퇴를 예고한 삼성 이승엽은 '2년-36억원'에 사인했다. 히어로즈의 리더 이택근은 '4년-35억원'의 계약조건으로 팀에 남았다.

지난달 1일 시즌이 시작되고 40여일이 지났다. 팀별로 30경기 이상, 페넌트레이스 일정의 20% 넘게 소화했다. 지난 겨울 야수 9명이 총액 30억원이 넘는 금액에 FA 계약을 했다. 거액을 받는 조건으로 팀을 옮기고, 여러가지 상황에 맞춰 잔류한 야수들은 제대로 몸값을 하고 있을까.

평가 대상 선수 다수가 '거품논란'에서 비켜서 있다. 금액에 따라 기대 수준이 다르겠으나, 준수한 성적으로 타선을 이끌면서, 팀에 기여하고 있다. '기록의 사나이' 박석민은 11일 한화전까지 2할9푼9리-5홈런-24타점를 기록했다. 최근 5경기에서 좋았다. 5경기에서 8안타 2홈런을 때리고 타점 8개를 쏟아냈다. 나성범과 에릭 테임즈, 이호준과 함께 화력을 쏟아내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잠시 전력에서 빠져 있는 유한준도 착실하게 주축타자 역할을 수행했다. 28경기에 출전해 3할5푼4리-4홈런-12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야마이코 나바로, 박석민이 빠진 삼성 타선에서 이승엽은 변함없이 꾸준하게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31경기에 나서 2할8푼8리-3홈런-19타점. 최형우에 이어 팀내 타점 2위에 올라있다. 이택근도 3할3푼3리-2홈런-13타점의 좋은 활약을 했다.

최근 가장 핫한 선수가 KIA 타이거즈의 '캡틴' 이범호다. 11일 현재 3할4푼3리-6홈런-19타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홈런과 타점이 모두 팀내 1위다. 개막 후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타격감이 뜨겁게 올라왔다. 최근 10경기에서 4할7푼4리-18안타-3홈런-8타점. 10경기 중 9게임에서 안타를 때렸고, 6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최근 6경기에서 22타수 11안타, 5할 타율을 찍었다. 젊은 선수, 새얼굴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국 이범호같은 베테랑 중심타자가 해줘야 팀이 돌아간다.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2016프로야구 경기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2사 1, 2루 NC 박석민이 1타점 안타를 치고 공 빠지는 사이 2루까지 진루해 타임을 요청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김태균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한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쳐 2011년 타이거즈 선수가 된 이범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두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다른 팀을 돌아보지 않고 4년-3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판단 기준이 다르겠으나, 최상의 조건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김기태 감독과의 신뢰 관계가 계약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지난해에 이어 주장을 맡아 부담이 클텐데도 의연하다. 이범호는 "주장으로서 내가 잘 해야 후배들을 이끌어갈 수 있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더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팀이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있어 경기가 안 풀릴 때가 있지만,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가성비로 보면, 초고액 FA 선수들을 뛰어넘는 활약이다.

물론, 아직 몸값에 합당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한화가 최악의 부진에 빠진 가운데 중심타자 김태균은 2할8푼1리-1홈런-1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평범한 선수라면 크게 떨어지는 성적이 아닌데, 김태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떨어진 장타력이 아쉬움을 남긴다. LG 트윈스 포수 정상호(4년-32억원)도 공격 기여도가 떨어진다. 27경기에 출전한 정상호는 1할7푼-2타점에 그쳤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2016년 주요 야수 FA 성적

팀명=선수=포지션=계약조건=시즌 성적

NC=박석민=내야수=4년-96억원=2할9푼9리 5홈런 24타점

한화=김태균=내야수==4년-84억원=2할8푼1리 1홈런 15타점

kt=유한준=외야수=4년-60억원=3할5푼4리 4홈런 12타점

두산=오재원=내야수=4년-38억원=2할8푼8리 1홈런 9타점

KIA=이범호=내야수=4년-36억원=3할4푼3리 6홈런 19타점

삼성=이승엽=내야수=2년-36억원=2할8푼8리 3홈런 19타점

넥센=이택근=외야수=4년-35억원=3할3푼3리 2홈런 13타점

LG=정상호=포수=4년-32억원=1할7푼 2타점

SK=박정권=외야수=4년-30억원=2할6푼 4홈런 17타점

kt=김상현=외야수=4년-17억원=2할4푼 5홈런 15타점

※11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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