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 대몰락의 직접 요인이었던 선발 붕괴현상이 수습될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퀵후크'가 줄어들고, 선발진이 조금씩 긴 이닝을 버텨가는 조짐이 보인다.
한화는 지난 주 꽤 의미있는 6경기를 치렀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포항 원정 3연전에 이어 kt위즈를 상대로 홈 3연전을 치렀다. 비록 2승1무3패로 주간 승률 5할에 못미쳤지만, 6경기에서 무려 4명의 선발이 5이닝 이상을 버텨줬기 때문. 한화 선발진이 한 주일에 5이닝 이상을 4번이나 버텨준 것은 시즌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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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 2루 삼성 박한이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이닝을 마친 한화 로저스가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포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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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포항 삼성전에서는 이태양이 5이닝 5안타 4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이태양은 3-2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내려왔지만, 불펜진이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는 바람에 4대5로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아쉬운 패배였지만 지난해 4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이태양이 올 시즌 개인 최다이닝(5이닝) 및 최다 투구수(84구)를 기록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이어 19일 포항 삼성전에서는 팀의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가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7이닝 동안 12안타를 내주면서도 실점을 5점만으로 막아내는 노련미를 보여주며 팀의 9대6 승리를 이끌었다. 로저스의 시즌 첫 승이었다. 이어 20일 대전 kt전에서는 송은범이 6⅔이닝 4안타 2볼넷 6삼진 무실점으로 팀 이적후 최고의 피칭을 하며 11대2의 대승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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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송은범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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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질세라 윤규진도 21일 대전 kt전에서 5이닝(투구수 94개)을 4안타 4볼넷 6삼진 3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윤규진은 5회까지는 무실점이었다. 그러나 4-0으로 앞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가 안타 2개와 볼넷으로 1실점한 뒤 무사 1, 2루에서 박정진으로 교체됐다. 이번에도 불펜이 난타당했다. 박정진과 송창식이 연거푸 적시타를 얻어맞는 바람에 윤규진의 자책점이 3점으로 늘어났고 팀은 역전을 허용했다. 간신히 뒷심을 발휘한 덕분에 8-8무승부로 마쳤지만, 17일 삼성전과 마찬가지로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그래도 일단 이태양과 로저스, 송은범, 윤규진 등 4명의 선발진이 적어도 5회까지 버텨줬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기본적으로 선발진이 최소 5회를 버텨준다면 경기 중반 이후 한결 여유있는 불펜 운용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계산이 되는 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불펜의 과부화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박정진과 송창식, 권 혁, 정우람 등이 더 좋은 구위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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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무사 1루 kt 하준호의 2루수 땅볼 때 한화 정근우가 1루주자 김종민을 태그하고 1루로 공을 던져 타자도 아웃시킨 후 윤규진과 글러브를 맞대며 즐거워하고 있다. 하지만 심판 합의판정으로 타자주자는 세이프로 번복됐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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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런 선발진의 안정화 현상이 일시적인 '기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계산상 로테이션이 이제 비교적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비록 외국인 선발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구위 저하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지만, 토종 선발진에 힘이 붙으면서 로테이션이 그런대로 돌아가게 됐다. 로저스를 필두로 송은범과 장민재 윤규진 이태양이 차례로 선발 등판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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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2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이태양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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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마에스트리가 다시 1군에 돌아온다면 한층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태양이나 윤규진이 온전한 5일 휴식으로 주1회 등판을 할 수 있다. 이태양은 17일 등판 후 로테이션 일정에 따라 4일 휴식 후 22일 kt전에도 등판했는데, 아직 4일 휴식은 무리라는 게 입증됐다. 이날 1이닝 만에 6안타(3홈런) 6실점으로 무너졌다. 아무래도 100%로 몸을 만든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에스트리가 가세하면 이태양이나 윤규진 등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들은 5일 휴식 후 완전한 상태에서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 과정에서 장민재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스윙맨으로 활약할 수도 있다. 현실적인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시즌 초반에 비해 한화 선발진에 힘이 붙은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적어도 계산은 되는 상태다. 과연 이 변화가 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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