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피홈런에 최다실점 오승환, 이런 날도 있다

기사입력 2016-05-26 06:54


ST. LOUIS, MO - MAY 21: Reliever Seung Hwan Oh #26 of the St. Louis Cardinals pitches against the Arizona Diamondback in the eighth inning at Busch Stadium on May 21, 2016 in St. Louis, Missouri. Dilip Vishwanat/Getty Images/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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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마무리나 핵심 셋업맨이라 하더라도 한 시즌에 보통 4~5번의 블론세이브를 범한다. 사람인 이상 매번 완벽할 수는 없다. 경기가 유난히 풀리지 않거나 홈런을 맞는 날이 있다.

오승환에게 그런 날이 왔다. 언젠가는 마주쳐야 할 상황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승환은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3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피안타 및 최다 실점 경기였다. 특히 메이저리그 데뷔 23경기, 93번째 타자만에 처음으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4-6으로 뒤진 6회초 선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선두 애디슨 러셀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4구째 92마일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다.

이어 대타 맷 시저를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91마일 직구를 뿌리다 3루쪽으로 번트 안타를 내주며 무사 1,2루에 몰렸다. 오승환은 덱스터 파울러를 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제이슨 헤이워드를 82마일짜리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에게 홈런을 얻어맞아 4-9로 점수차가 더욱 벌어지고 말았다. 풀카운트에서 던진 85마일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밋밋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좌측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3점홈런으로 연결됐다. 이어 오승환은 앤서니 리조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이닝을 마무리한 뒤 7회초 조나단 브록스턴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8대9로 패했다. 오승환은 25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는 최고 93마일까지 나왔다.

지난 2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이후 24일만에 실점을 한 오승환은 평균자책점이 1.14에서 2.19로 나빠졌다. 시즌 성적은 1승, 1세이브, 6홀드. 24⅔이닝 동안 볼넷 7개를 내주고 삼진 33개를 잡아냈다.

이날 오승환이 내준 안타 모두 공이 한복판으로 몰리는 실투에 의한 것이었다. 유난히 제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두 달째를 보내고 있는 오승환으로서는 피로를 호소할 수도 있는 시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승환은 올시즌 팀내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23경기에 출전했고, 투구 이닝도 팀내 불펜투수 중 가장 많다. 긴박한 상황에서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늘 오승환을 불러올린다.


오승환은 올시즌 이틀 연속 등판이 세 번 있었다. 한 경기 최다 투구수는 36개(4월 17일 신시내티 레즈전 2이닝 투구), 평균 투구수는 18.0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마운드에 올랐다. 18일과 20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2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그리고 24일과 26일 컵스전에 각각 등판했다. 오승환은 핵심 셋업맨이지만, 이날 컵스전을 포함해 최근 5경기 중 2점차 이하 뒤진 상황에서 3번이나 등판했다. 주요 승부처에서 매서니 감독이 오승환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4홀드,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중인 조나단 브록스턴은 18경기에 나섰고,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도 16경기에서 15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오승환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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