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의 선발육성 첫단추 꿰기는 칭찬

기사입력 2016-06-03 07:05


◇한화 윤규진. 지난 1일 세번째 선발 등판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드러난 기록보다는 잘 던진 경기였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04

한화가 올해 가장 고전하는 이유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1주일 단위의 선발 로테이션도 미리 짜지 못한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시즌에 앞서 에이스 로저스가 팔꿈치 통증으로 한달여 늦게 합류한 것을 비롯해 또다른 외국인투수 마에스트리는 극도로 부진하다. 대체 외국인선수를 물색중이다. 안영명과 배영수는 사실상 올시즌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로저스-이태양-윤규진-장민재-송은범 등이 그때 그때 막아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2일 대전 SK전에 앞서 윤규진에 대해 언급했다. 대체로 차갑고 냉정했다. 윤규진은 전날(1일) 5이닝 동안 6안타(1홈런)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윤규진은 1회초 최정에게 투런 홈런을 맞은 뒤 2회부터 5회까지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김 감독은 "어깨 수술을 받은 뒤 그 정도면 스피드도 그렇고,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선발진 합류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선발투수는 구종이 4개는 있어야 한다. 5개면 더 좋다. 1이닝은 2~3개의 구종으로 막을 수 있지만 타순이 한번 돌아가면 단순한 구종은 어렵다."

윤규진은 직구와 포크볼이 주무기지만 극단적인 투피치 투수는 아니다. 2일 경기에서는 직구(46개) 포크볼(20개) 슬라이더(18개) 커브(4개) 등 4가지 구종을 섞어 던졌다. 김 감독은 실제 구종 갯수보다 다양하지 못한 구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셈이다.

김성근 감독은 왜 윤규진을 칭찬하지 않았을까. 윤규진은 사실 선발요원이 아니었다. 스프링캠프때만 해도 박정진 권혁 등과 함께 불펜 필승조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개막 이후 16경기를 중간계투로 나섰고,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자 대체선발로 투입됐다. 이날 경기가 세번째 선발이었다. 5월 21일 kt전 5이닝 3실점, 5월 27일 롯데전 2⅔이닝 6실점 등 앞선 두 경기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세번째 선발 도전은 의미있는 피칭이었다. 최고 147㎞를 찍은 직구 위력 뿐만 아니라 볼넷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SK김광현의 결혼식 주례 선생님이다. 2007년 고졸신인 김광현을 발굴해 기용하고, 2007년 코나미컵에서 맹활약하자 "한국야구는 오늘 대단한 투수 한명을 얻었다"며 극찬했다. 그 말대로 이후 김광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마운드에서 힘들어하는 권혁의 뺨을 어루만지며 격려하던 김 감독의 모습. 격려와 칭찬은 선수의 마음을 얻는다.

최근 김성근 감독의 표정은 어둡다. 프로야구 사령탑을 맡은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초라한 성적, 비난, 악플, 디스크 수술 등 안팎으로 위기다. 예전 같았으면 웃으면서 장점을 말하던 노 감독도 최근엔 초조한 빛이 역력하다. 선수에 관한 코멘트에서 예전의 따뜻함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윤규진에게 지금 시급한 것은 구종 추가가 아닌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이다. 노 감독 앞에서 인생사를 논할만큼 기자가 어리석진 않다. 다만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도 있다. 어려워도 여유를 가지고 하나 하나 해법을 찾다보면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 선수를 성장시키는 것은 지도자의 인정이 첫 번째다. 윤규진이 성장해 올시즌 선발 한축을 담당할 수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이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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