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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에이스는 위태롭다. 혼자서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언제든 폭탄처럼 터질 수 있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지금 딱 이런 상태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외롭게 버티던 로저스의 팔꿈치에 다시 문제가 생겨 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화 관계자는 "6일 오후 대전 JS힐링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 검진을 받은 결과 로저스의 오른쪽 팔꿈치에 염증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때문에 당분간 치료와 재활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심각한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재활 기간을 속단할 수는 없다. 어쨌든 한화는 최소 10일간 로저스를 쓸 수 없게 됐다. 재활이 열흘 안에 끝나 바로 복귀가 이뤄진다면 선발로테이션은 한 번만 거르면 된다. 여기까지는 큰 부담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재활이 길어져 로테이션의 공백이 늘어나면 한화는 애써 만든 상승세를 잃고 다시 추락할 수도 있다.
한화의 외인선수 구성이 지닌 문제점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사태다. 현재 한화에는 로저스의 짐을 나눠들 수 있는 듬직한 동료, 즉 '윙맨' 역할을 할 만한 2선발 외국인 투수가 마땅치 않다. 윙맨은 전투 비행편대에서 에이스를 호위하는 넘버 투를 뜻한다. 호위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자율적인 비행과 공격에 나서기도 한다. 서로가 상호보완 하며 위력을 극대화하는 관계다. 에이스가 이탈하면 그 자리를 메워줄 수도 있어야 한다.
공식적으로 한화는 제2 외국인 투수가 있다.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2군에서 훈련 중이다. 마에스트리는 지난 5월 13일에 '성적 부진' 때문에 2군에 내려간 뒤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2군에서는 두 차례 경기에 나왔는데, 5월 29일 경찰야구단을 상대로 3이닝 3안타 4볼넷으로 1실점을 기록한 이후 2군 경기 일정이 없어 등판하지 않았다. 2군에서도 허리 상태도 약간 좋지 않았다. 또 기본적으로 마에스트리는 국내 타자들을 이겨낼 만한 구위를 지니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자신감도 크게 잃은 상태다.
어쨌든 로저스가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채 재활에 들어간 상황이라 마에스트리가 다시 1군에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마에스트리가 돌아와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다면 한화는 로저스의 공백을 최소화하며 상승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결국 확실한 '윙맨' 역할을 할 수 있는 2선발급 외국인 투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로저스가 이번 사태처럼 또 아프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졌을 때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