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용병'과 '미운오리새끼', 책임은 누가 져야하나

기사입력 2016-06-07 05:31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2사 2루 두산 니퍼트가 LG 오지환을 삼진으로 잡으며 양의지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8/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31 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투수 웹스터가 넥센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5.31/

특정 선수가 팀을 쥐락펴락하는 프로농구, 프로배구보다는 덜해도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는 전력의 핵이다. 외국인 선발, 외국인 타자가 마운드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팀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당연히 대체 전력이 부족한 팀일수록 외국인 선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 유무에 따라 팀 성적이 요동치기도 하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1군 전력에서 빠진다면?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갈 것 같다. 요즘 삼성 라이온즈가 그렇다. 새 외국인 투수 아놀드 레온, 아롬 발디리스가 2군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6일 애런 웹스터를 1군에서 말소했다. 지난 5일 열린 한화 이글스전 때 나타난 오른쪽 종아리 통증이 문제를 일으켰다.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면서 '원-투 펀치' 역할을 기대했을텐데,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웹스터는 12경기 등판해 4승4패, 평균자책점 5.70을 기록했다. 최근 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이전의 삼성 외국인 투수와 비교해봐도 위상이 많이 떨어진다. 콜린 벨레스터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아놀드 레온은 데뷔전을 치르고 2군으로 내려갔다. 내야수 발디리스도 2군에서 복귀 준비를 하다가 발목 통증이 재발해 1군 등록 시점이 불투명해 졌다.

벨리스터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교체됐다. 합리적인 수준의 연봉을 주고 데려온 외국인 선수들이 고전하고 있다. 이들이 계속해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급상승세를 타던 한화도 악재를 만났다.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가 6일 팔꿈치 통증이 재발해 1군에서 제외됐다.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2군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유일하게 실전력으로 1군에 남게 됐다. 팔꿈치 통증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5월 초 1군에 첫 등록된 로저스는 한달도 안 돼 전력외 판정을 받았다. 연봉 190만달러 초고액 외국인 선수를 활용할 수 없다면 책임소재를 따져봐야 한다. 구단 차원에서 선수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한다.

삼성, 한화와 달리 1~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는 외국인 선수들이 견실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NC 테임즈가 2점 홈런을 친 후 홈에 들어오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5.19.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2016 프로야구 LG와 삼성의 시범경기에 앞서 삼성 발디리스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3.23.
두산은 에이스 저스틴 니퍼트가 8승(2패·평균자책점 3.39), 마이클 보우덴이 7승(2패·3.53)을 거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니퍼트는 이번 시즌 초반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삼성의 외국인 투수들이 거둔 4승과 대비된다. 이들 두 외국인 투수가 장원준, 유희관과 함께 KBO리그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시즌 초 2군까지 경험했던 타자 닉 에반스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주말 SK 와이번스전까지 타율 2할7푼5리, 9홈런, 30타점. 특급 활약으로 보긴 어려워도, 꾸준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NC도 에이스 에릭 해커가 팔꿈치 통증으로 가동을 중단했지만, 재크 스튜어트가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다. 주포 에릭 테임즈는 올해도 MVP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다이노스의 꾸준한 성적 뒤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있었다.


영입 비용이라는 장벽이 버티고 있지만, 좋은 외국인 선수 발굴은 구단 프런트의 능력이다. 꾸준한 관찰과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고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며, 운까지 따라야 한다. 결국 '효자 용병' 혹은 '미운오리새끼'에 대한 책임은 구단 능력으로 귀결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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