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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초 일이다. KBO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상동구장에서 훈련을 했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삼성이, 일본 야구 챔피언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이후부터 경기장을 쓰는 스케줄이었다. 이후 오후 2시 40분이 갓 지났을까. 경기장 입구에 요미우리 선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팀을 대표하는 아베 신노스케가 T-배팅 중인 이승엽을 발견하자마자 악수를 청했다. 한 때 도쿄돔을 안방 쓰며 한솥밥을 먹은 한일 야구의 슈퍼스타. 이승엽은 아베와 한 동안 대화 나누는 듯 싶더니 다짜고짜 박석민을 찾았다. 그를 아베 곁으로 끌고 와 "우리 팀 4번 타자다. 타격 천재"라고 소개했다.
이쯤되면 이승엽이 내뱉은 그 단어가 생각난다. 타격폼이 무너진 상태로 때리는 안타, 실투를 어김없이 홈런으로 연결하는 능력, 유리한 카운트에서 한 번씩 왼 다리를 오픈해 몸쪽 꽉찬 공을 방망이 중심에 맞히는 게스 히팅까지. 삼성 시절 NC만 만나면 유독 펄펄 날아 미움을 사던 그가 이번에는 NC 팬을 흥분시키고 있다. 2할대에 머물던 시즌 타율도 어느새 3할까지 뛰어 올랐다.
그런데 NC 수장 김경문 감독은 결코 박석민을 '천재'로 보지 않았다. 그만의 방식으로 공을 때리는 건 타고난 센스가 아닌,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스포츠에 천재가 있을 수 있나. 아니다. 그만큼 노력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박석민이 가끔 정석과 맞지 않는 폼으로 타격을 하지만, 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때릴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삼성 박석민에 대한 이미지도 들려줬다. 그는 "작년까지 정말 박석민에게 많이 당했다. 어쩔 때보면 터무니 없는 공에 삼진을 당하지만, 또 어쩔 때는 터무니 없는 공을 공략해 결정적인 홈런으로 연결하는 선수였다"며 "우리 팀 선수가 돼 보니 그 능력을 확실히 알겠더라. 역시 커리어가 있는 선수답게 순식간에 감을 찾더라"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