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박석민 천재형 아닌 노력형 타자"

기사입력 2016-06-14 01:20


넥센과 NC의 2016 KBO 리그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초 타석에 들어선 NC 박석민이 파울타구를 날린 후 타구를 지켜보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5.17/

2012년 11월초 일이다. KBO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상동구장에서 훈련을 했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삼성이, 일본 야구 챔피언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이후부터 경기장을 쓰는 스케줄이었다. 이후 오후 2시 40분이 갓 지났을까. 경기장 입구에 요미우리 선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팀을 대표하는 아베 신노스케가 T-배팅 중인 이승엽을 발견하자마자 악수를 청했다. 한 때 도쿄돔을 안방 쓰며 한솥밥을 먹은 한일 야구의 슈퍼스타. 이승엽은 아베와 한 동안 대화 나누는 듯 싶더니 다짜고짜 박석민을 찾았다. 그를 아베 곁으로 끌고 와 "우리 팀 4번 타자다. 타격 천재"라고 소개했다.

다른 부연 설명은 없었다. '천재'라는 표현에 모든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 그 해 박석민은 최형우가 주춤하는 사이 4번을 책임지며 127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 23홈런 91타점을 올린 터. 이승엽은 이미 "손가락 부상만 아니면 박석민이 얼마나 더 잘할까 생각을 한다. 타격 하나는 정말 타고난 선수"라며 "그를 보면서 놀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고 심심치 않게 말했다. 또 "나는 (박)석민이처럼 타격폼이 무너진 채로 홈런을 쳐본 적이 없다. 엄청난 재능"이라며 "부럽다"는 말도 했다.

그런 박석민의 능력은 올해 NC 유니폼을 입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즌 초 부진도 잠시, 6월 들어 미친 타격감을 뽐내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NC가 10연승을 달리는 동안 그의 타율은 무려 4할3푼9리다. 41타수 18안타 홈런이 5방이고 타점 역시 21개나 된다. 무엇보다 주자가 있을 때 큰 것이 나온다. 만루 홈런 2개에 투런 홈런 2개로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NC는 나성범, 테임즈, 이호준에다 박석민까지 터지니 어렵지 않게 빅이닝을 만들어 낸다.

이쯤되면 이승엽이 내뱉은 그 단어가 생각난다. 타격폼이 무너진 상태로 때리는 안타, 실투를 어김없이 홈런으로 연결하는 능력, 유리한 카운트에서 한 번씩 왼 다리를 오픈해 몸쪽 꽉찬 공을 방망이 중심에 맞히는 게스 히팅까지. 삼성 시절 NC만 만나면 유독 펄펄 날아 미움을 사던 그가 이번에는 NC 팬을 흥분시키고 있다. 2할대에 머물던 시즌 타율도 어느새 3할까지 뛰어 올랐다.

그런데 NC 수장 김경문 감독은 결코 박석민을 '천재'로 보지 않았다. 그만의 방식으로 공을 때리는 건 타고난 센스가 아닌,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스포츠에 천재가 있을 수 있나. 아니다. 그만큼 노력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박석민이 가끔 정석과 맞지 않는 폼으로 타격을 하지만, 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때릴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알기로 오른 엄지 발가락 쪽 상태가 썩 좋지 않다. 뒷다리를 회전하는 데 애를 먹다보니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가 자신만의 폼으로 안타를 때리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시즌 초반에는 무조건 나로 인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 때문에 부진했지만 이제는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변화구를 공략해 홈런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포인트가 맞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삼성 박석민에 대한 이미지도 들려줬다. 그는 "작년까지 정말 박석민에게 많이 당했다. 어쩔 때보면 터무니 없는 공에 삼진을 당하지만, 또 어쩔 때는 터무니 없는 공을 공략해 결정적인 홈런으로 연결하는 선수였다"며 "우리 팀 선수가 돼 보니 그 능력을 확실히 알겠더라. 역시 커리어가 있는 선수답게 순식간에 감을 찾더라"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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