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라이온즈 독자생존, 프로야구 지각변동 이끄나

기사입력 2016-06-14 22:38


◇삼성 라이온즈의 경영 합리화 개혁 첫해. 중위권 성적과 독자생존 등 여러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개장식 모습.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LG와 삼성의 2016 KBO 리그 경기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8회까지 10대3으로 경기에 뒤지자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09/

제일기획 매각설로 인한 야구단 운영주체 논란이 잠잠해질 전망이다. 매각설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프랑스 광고회사 퍼블리시스와의 매각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제일기획은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자율공시에서 결렬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향후 삼성 라이온즈를 포함한 삼성 스포츠단의 통합 마케팅 강화, 자생력 제고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개혁 첫해와 성적하락, 두 가치가 충돌하면서 라이온즈는 지금 정중동이다.

2011년 류중일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후 삼성은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이뤘다. 지난해도 정규리그 1위. 시즌 막판 해외원정도박 스캔들(윤성환 안지만 임창용)만 터지지 않았다면 지난해 한국시리즈 헹가래 주인공은 류 감독이 될 수도 있었다.

올해 삼성은 힘겹다. 4월에는 6위, 5월과 6월에는 5위와 7위 사이를 오가고 있다. 중위권은 반게임, 한게임차 혼전. 순위보다는 여름 버티기가 중요하지만 삼성팬들에게 5위나 7위는 참 낯설다.

삼성그룹 소속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변화는 예상됐지만 페이스가 빠르다. 이제 삼성은 KBO리그 큰손이 아니다. FA(자유계약선수) 박석민을 NC 다이노스에 내줬고, 외국인 선수 야마이코 나바로는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로 갔다. 나바로는 성실조항 등 변수가 있었지만 본질은 몸값이었다. 예전엔 돈에 구애받지 않던 삼성이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야구단도 예외는 아니다. 이건희 회장 시대의 삼성 라이온즈는 일등 지상주의였다. 삼성그룹 모든 자회사는 일등을 목표로 전력질주했다. 야구 역시 우승이 유일 과제였다. 이재용 부회장 시대 삼성 라이온즈는 일등보다는 마케팅과 독자생존, 효율성이 우선되는 모습이다. 전력강화는 비용대비 효과를 고민한다. 물론 지난 5년간 4차례 통합우승과 정규리그 5년 연속 1위라는 성과가 있었기에 포괄적인 가치에 눈을 돌린 측면도 있다.


5월 2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점 홈런을 때린 KIA 필이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문제는 삼성팬, 대구팬들의 아우성이다. 팬들이 야구장을 찾고, TV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는 첫번째 이유는 승리다. 지난해 우승을 했기에 오늘 경기에서 져도 되는 당연성은 없다. 팬들 입장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진리다. 삼성은 쓸 돈 쓰고, 챙길 것은 챙긴다고 말하지만 투자에 인색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FA 협상과정과 외국인 선수 영입이 대표적이다. 예전같았으면 협상 테이블에서 삼성이 밀릴 일은 없었다. 삼성 관계자는 "라이온즈도 당연히 삼성그룹의 경영방침을 따른다. 수긍할 수 없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외국인 선수의 부진도 스카우트 파트의 실책으로 내비치지만 본질은 돈이다. 현재 삼성 외국인 선수 3명은 전부 2군에 있다. 외국인 투수 콜린 벨레스터는 3경기에서 3전전패를 기록한 뒤 일찌감치 짐을 쌌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들어온 아놀드 레온은 지난달 첫 경기를 던지고 어깨 근육 이상으로 2군행. 웹스터는 지난주 종아리 근육부상으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외국인 타자 아론 발디리스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다 아킬레스건, 발목 부상으로 줄곧 2군이다. 복귀해도 실력발휘가 관건이다. 삼성은 올시즌에 앞서 젊고 가능성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며 '가성비'를 부각시켰지만 '실속 용병'보다는 '투자 용병'이 아무래도 성공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야구단 경영 합리화는 프로야구 전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FA 시장의 한축을 담당한 삼성이 자제모드로 전환하면서 타팀들도 이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등 우승에 목마른 구단들이 앞다퉈 고액 FA시장을 키우고 있지만 거품이 꺼지는 것은 한순간
LG와 삼성의 2016 KBO 리그 경기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LG 소사가 삼성 박한이의 투수 앞 강습타구를 처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09/
이다. 몸값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는 경쟁과 눈치작전이다.

자생력 강화는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삼성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일명 라팍) 개장에 발맞춰 광고마케팅과 팬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라이온즈는 라팍을 25년간 장기임대 하면서 광고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효율적인 공간활용도 타구단 눈길을 끈다. 팬 우선주의를 표방한 나들이 공간으로의 변신은 지역사회의 화제거리다.

LG 등 다른 팀들도 삼성의 변신을 눈여겨 지켜보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성적과 야구단은 운명공동체로 인식됐다. 하지만 성적이 전부가 아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거품은 언젠가 꺼지고, 과열은 식을 수 밖에 없다. 갑작스런 삼성의 태도변화가 다소 어리둥절하지만 프로야구의 자생력 강화와 새로운 발전토대 구축이라는 점에선 의미있는 발걸음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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