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논란 권혁의 역설, 1년전보다 강해졌다.

기사입력 2016-06-18 09:22


◇한화 권혁. 지난해보다 오히려 강해진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16/

권혁은 지난해부터 혹사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한화경기엔 거의 매일 나오는 '수도꼭지' 불펜 필승조. 1년전 수많은 야구인이 권혁의 어깨를 걱정했지만 6월중순, 그는 더 강한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논리와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권혁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당황하고 있다. '권혁의 역설'은 책임감과 환경에 적응하는 영민함이 있어 가능했다.

권혁은 17일 현재 리그 최다인 39경기 57⅔이닝을 던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 팀이 62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36경기 54이닝을 던진 것보다 더 자주, 더 오래 마운드를 지켰다. 산술적으로도 지난해 78경기 112이닝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성적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좋다. 지난해 같은 시기는 4승5패3홀드10세이브, 평균자책점 3.33. 올시즌에는 2승1패8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은 2.97까지 끌어내렸다.

권혁은 17일 넥센전에서도 3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8대5 승리 일등공신이 됐다. 한화 상승세 중심에도 권혁이 있다. 최근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0.71로 완벽한 모습이다.

권혁을 올리면 팀이 안정되고, 승리하니 벤치는 더욱 그를 믿을 수밖에 없다. 권혁은 지난해 4년 FA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많이 던져도, 적게 던져도 연봉은 똑같다. 권혁은 "아무래도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좋아진 모습 뒤엔 스스로 깨달은 바도 있다. 권혁은 "지난해에는 미련스럽게 힘으로만 던진 측면도 있다. 올해는 강약조절도 하고 효과적으로 던지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직구 위주의 승부에서 변화구를 적절하게 섞어 던지는데 변화구 각이 더 날카로워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같은 노력은 이닝당 투구수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18.7개였는데 올해는 16.9개로 줄었다. 이닝당 2개는 연간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수치다. 힘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직구 평균구속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142.8㎞였는데 올해는 142.5㎞다.

한화 관계자는 "권혁은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다. 투수조의 리더로서 팀의 어려움을 그냥 모른 채 넘어가는 선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우람과 심수창이 합류하면서 권혁은 셋업맨에 집중하고 있다. 롱릴리프 역할은 권혁보다는 송창식이 더 잦다. 하지만 위기 순간엔 언제나 권혁이다. 좌우 타선을 가리기 않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와 자신감,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이다.
청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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