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복귀, 두산 타순 어떻게 바뀔까

최종수정 2016-06-21 12:44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5회말 선두타자 양의지가 좌중월 솔로 홈런을 치고 에반스와 하이파이브 하고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5.26/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타선의 키로 오재원을 뽑았다.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결정적인 안타를 때린 내야수. 김 감독은 "오재원이 잘 해줘야 타선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의지가 5번을 치고 있지만, 사실 포수가 5번을 치는 건 부담이 된다. 수비에서 할 일이 많은데"라며 "양의지가 6번을 치는 게 이상적이다. 현재로선 마땅한 자원이 없으니 양의지가 5번에 들어가고, 오재원이 그 6번 자리에서 잘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 때 김 감독은 머릿속으로 허경민(3루수)-정수빈(중견수)-민병헌(우익수)-에반스(1루수)-양의지(포수)-오재원(2루수)-박건우(좌익수)-최주환(지명타자)-김재호(유격수)로 이어지는 타순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4번으로 낙점한 에반스가 시즌 초 극도로 부진했고, 기대치가 그리 크지 않았던 두 명의 왼손 김재환, 오재일이 동시에 터졌다. 또 박건우가 놀라운 컨택트 능력을 발휘하며 벤치에 믿음을 줬다. 이에 따라 김 감독은 5월 들어 빠르게 타순을 조정했다. 새로운 톱타자는 박건우, '키 플레이어' 오재원은 한 동안 테이블세터에 위치해 강한 2번 타자로 제 역할을 했다. 3번부터는 민병헌(우익수)-오재일(1루수)-양의지(포수)-에반스(지명타자)-김재환(좌익수)-허경민(3루수)-김재호(유격수) 순이었다.

하지만 사령탑이 가장 경계하는 부상 변수가 튀어나왔다. 양의지가 주루 플레이 도중 발목을 꺾였고, 오재일은 옆구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러면서 타순에 또 칼을 댈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에는 박건우(좌익수)-정수빈(중견수)-민병헌(우익수)-김재환(지명타자)-에반스(1루수)-오재원(2루수)-허경민(3루수)-박세혁(포수)-김재호(유격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때가 많았다.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두산 양의지가 좌중월 솔로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m / 2016.05.18.
그리고 이제 양의지가 1군에 합류한다. 2주 전부터 1군과 동행하고 있는 그는 21일 잠실 kt 위즈전에 맞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다. 양의지는 그동안 쪼그려 앉아 있는데 불편함을 느꼈지만,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초부터는 타격, 수비, 주루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다만 당장 선발 출전은 아니다. kt와의 3연전 중 하루 선발로 마스크를 쓸 예정이고 이상이 없다면 이후부터 붙박이로 나선다.

관심은 그의 타순이다. 기존의 5번에 들어설 것인가. 바뀔 것인가. 일단 그날 몸 상태에 따라, 상대 투수에 따라 변화가 있겠지만, 6번으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 양의지가 없는 동안 4번 김재환, 5번 에반스가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결승타가 8개로 나성범(10개·NC)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다. 지난주 득점권 타율은 7타수 6안타, 8할5푼7리나 된다. 에반스 역시 1군에 돌아온 뒤 테임즈(NC)와 맞먹는 장타를 폭발하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더 이상 타석에서 쫓기는 모습은 없다.

코칭스태프도 잘 맞고 있는 이 둘을 굳이 흔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병헌-김재환-에반스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어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이 타순이 시즌 끝까지 유지된다는 건 아니다. 두산 야수 중 '3번 민병헌'처럼 확실한 위치가 있는 선수는 없다. 김 감독도 "선수들의 몸상태, 컨디션을 체크해 언제든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타순에 못을 박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에반스의 경우 사이드암 투수에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5번 양의지 체제가 예상보다 빨리 재가동될 수 있다.

핵심은 이래저래 양의지의 가세로 팀 타선이 더 막강해졌다는 사실이다. 조만간 오재일까지 합류하면 두산 방망이는 더 큰 화력을 뽐낼 것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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