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두산·김현수, 결국 '윈-윈'이다.

기사입력 2016-06-23 11:35


2016 프로야구 SK와 두산의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말 두산 박건우가 좌월 솔로홈런을 친 후 홈에서 김재환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6.05.

윈-윈이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없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22일까지 48승1무18패로 승패 마진이 무려 +30이다. 승차에도 다소 여유가 생겼다. 2위 NC 다이노스(41승1무20패)의 연승이 끊기면서 4.5게임으로 벌어졌다. 사실상 전반기 1위는 두산으로 확정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3게임 승차를 뒤집는 덴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야구계 중론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두산이 잘 나가는 이유는 여럿이다. 구멍나지 않고 돌아가는 선발진, 베테랑 정재훈과 이현승, 외인 3명의 맹활약까지. 야수들도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코칭스태프는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박건우, 김재환, 오재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5군 선수 3명이 마침내 주전 자리를 꿰차며 팀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오재일의 경우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 없지만 통증만 사라지면 곧 1군에 올라온다. 그리고 주전 1루수는 외인 타자 에반스가 아닌 그다.

한데 이들 3명의 기량 상승을 이끈 건 김현수라는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김현수가 빠져 나가면서 3명이 동시에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두산 외야는 좌익수 김현수-중견수 정수빈-우익수 민병헌으로 백업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안 보였다. 이들은 1번 민병헌-2번 정수빈-3번 김현수 이어지는 막강한 타순의 중심에도 섰다. 하지만 김현수가 빠졌다. 좌익수 자리를 놓고 박건우, 김재환이 경쟁했고, 오재일은 에반스 수비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타격만 잘 하면 주전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즌 초에는 박건우가 부진했다. 캠프 때부터 기회를 받았지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톱타자까지 맡을 수 있는 재능을 뽐냈다. 22일까지 타율이 0.346이다. 새로운 4번 김재환은 홈런 부문 2위다. 19개의 대포를 가동하며 NC 테임즈(22개)를 추격하고 있다. 그는 좌투수 변화구에 약했지만 지금은 그 약점까지 지우고 있다. 팀 내 최다 홈런, 최고 타율(0.356) 최다 타점(58개)을 기록하고 있는 게 그다. 오재일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외야 라인의 변화가 불가피 했다. 중견수 정수빈의 출전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잘 맞고 있는 3명을 모두 쓰기 위해 좌익수 김재환-중견수 민병헌-우익수 박건우로 외야를 꾸릴 수밖에 없었다. 지명타자는 에반스, 1루수는 오재일. 팀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은 오재일이 엔트리에 빠져 좀 다르지만 앞으로 그가 합류하면 이 같은 수비 포지션이 유지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현수. 스포츠조선 DB.
김현수도 잘 나가는 친정팀 못지 않게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그는 23일에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앞선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그는 5회와 6회 잇따라 안타를 때렸고 시즌 타율을 0.339(112타수 38안타)까지 끌어 올렸다. 김현수는 시즌 초 극도로 부진해 메이저 진출 준비가 부족했다는 분석이 쏟아졌지만, 어느새 주전 자리를 꿰차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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