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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40)이 타오르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보다 더 뜨겁다. 이승엽은 20일 넥센전에서 시즌 23호 투런홈런, 한일통산 600홈런에 2개차로 다가서는 598호 홈런을 기록했다.
그 누구도 은퇴를 얘기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현역 은퇴는 내년"이라고 못박았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스스로 은퇴 시기를 못박은 선수는 극소수다. 사실 현역은퇴는 떠나기보다는 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퇴를 앞두고 이정도 성적을 올리고 있는 이는 이승엽이 유일하다.
이승엽의 득점권 타율은 3할4푼8리로 리그 전체 20위다. 삼성에선 구자욱(0.418), 최형우(0.357), 백상원(0.352)에 이어 세번째다. 이승엽의 활약에 대한 아쉬움은 '이승엽이란 대선수에게 거는 기대치'로 인한 '특수효과'일 때가 많다. 한국 나이로 마흔 한살이라는 세월을 무시해도 이승엽은 여전히 수준급 슬러거다.
이승엽은 자신의 은퇴에 대해 "이미 많은 분들에게 얘기를 한 상태다. 새구장에서 뛰다보니 야구가 더 재밌다. 나 역시 아쉽긴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현재로선 이승엽이 스스로 은퇴를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구본능 KBO총재가 나서고, 팬들이 은퇴번복 시민운동(?)을 벌인다면 모를까.
이승엽 개인으로선 모든 것을 다 이룬 야구인생이다. 이미 KBO리그 439홈런, 일본에서의 159홈런. 600홈런 기록은 수십년이 흘러도 깨지기 힘들다. 역대 타점 1위인 양준혁(전 삼성, 해설위원)의 기록(1389타점)에는 1개차로 따라붙은 상태다. 오늘, 내일 경신이 가능하다. 타자로서 전성기인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 8년을 일본에서 뛰었음에도 타격기록을 무더기로 갈아치우고 있다.
일본에서 기록한 439타점, 686개의 안타를 더한다면 1800타점을 훌쩍 넘어선다. 안타는 국내 1985개와 일본기록을 합하면 2671개로 양준혁의 역대 최다안타(2318안타)보다 이미 많다. 600홈런은 30홈런을 20년간 쉬지않고 때려내야 가능한 수치.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은퇴는 (이)승엽이 본인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내년이면 마흔 두살이다. 한해, 한해 몸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본인이 너무 잘 알것이다. 저 나이가 되면 타고난 몸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이승엽은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승엽이 특별한 이유는 실력 외에 솔선수범, 배려 등 인간적인 면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4강전에서 결정적인 투런 홈런을 때려낸 뒤 "그동안 너무 미안해서..."라며 울먹이며 자책하던 모습은 아직도 팬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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