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혁의 '착각'이 만든 '행운'. kt 7연패 탈출

기사입력 2016-09-20 21:03


kt 남태혁이 20일 수원 NC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4번 임무를 맡아 묘한 상황을 연출했다. 스포츠조선 DB.

kt 위즈 남태혁의 '착각'이 결론적으로 2점을 만들었다. 본헤드 플레이였지만 행운은 kt 편이었다.

20일 수원구장에서 kt와 NC 다이노스의 시즌 14번째 맞대결. 남태혁은 이날 데뷔 첫 4번 자리를 꿰찼다. 조범현 kt 감독은 캡틴 박경수가 오른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지자 3번 유한준-4번 남태혁-5번 윤요섭 카드를 썼다.

남태혁은 전날까지 9경기에 출전, 25타수 8안타 타율 3할2푼에 2타점을 올렸다. 올 신인 2차 지명 전체 1순위 출신으로, 확대 엔트리가 적용되면서 1군에 올라왔다. 당시 조범현 감독은 "남태혁 같은 선수가 성장해야 팀이 잘 된다"고 했고, 이날은 그의 배짱과 가능성을 시험해보고자 했다.

첫 타석부터 운이 따랐다. 2사 1루에서 NC 선발 구창모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렸다. 완전히 먹힌 타구였으나 파울 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다. 밀어친 게 아니라 밀린 타구였다. 1루 주자 이대형이 3루까지 내달리며 2사 1,3루. 후속 윤요섭 타석 때 폭투가 나왔다. 볼카운트 2B1S에서 던진 구창모의 체인지업이 손에서 빠졌다. kt는 손쉽게 1점을 올렸고, 남태혁도 2루까지 진루했다.

기묘한 상황은 곧장 이어졌다. 윤요섭이 볼카운트 3B1S에서 구창모의 낮은 슬라이더에 크게 헛스윙했는데, 2루에서 스킵 동작을 취하던 남태혁이 3루 베이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 것이다. 정황상 볼카운트를 착각, 이닝 종료라고 판단한 듯 했다. 윤요섭의 스윙을 파울로 봤을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그러자 NC 포수 김태군이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2루수 박민우에게 공을 던졌다. 뒤늦게 사태 파악을 한 남태혁은 3루로 내달렸다. 결과는 행운의 세이프. 공식기록은 남태혁의 1군 무대 첫 번째 도루였다.

이후 상황은 kt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2사 2루가 아닌 2사 3루에서 공을 던진 구창모는 풀카운트에서 커브를 던지다 우월 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윤요섭이 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비거리 120m짜리 시즌 6호 홈런으로 연결했다. 3-0. 구창모 입장에서는 남태혁을 협살 상황으로 끌고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법 했다.

그렇게 경기 초반 분위기를 잡은 kt는 NC를 *대*으로 꺾고 7연패에서 벗어났다. 아울러 홈경기 5연패, 화요일 4연패 사슬도 끊었다.

수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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