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증명했다. 선발 야구=우승 지름길

기사입력 2016-09-29 10:00


두산 니퍼트가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8.26.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 결국 '선발 야구'다.

2016년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 지은 두산 베어스의 원동력은 마운드였다. 불펜에는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선발진은 탄탄했다. 5선발이 완전하지 않아도 팀은 잘 나갔다. 니퍼트, 보우덴, 유희관, 장원준이 지키는 1~4선발은 단연 리그 최정상이다. 모 구단 고위 관계자는 "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발 투수들이 모두 두산에 있지 않나. 지금 두산의 기세는 어느 팀도 쉽게 꺾을 수 없다"며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평균자책점과 다승, 승률, 탈삼진 등 최다 이닝을 제외한 거의 전 부문에서 두산의 선발 투수들이 5위권 이내에 위치한다. 니퍼트 21승, 보우덴 18승, 유희관과 장원준이 나란히 15승. 한 팀에서 투수 4명이 동일 시즌 15승 이상을 거둔 것은 30년이 넘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다. 1982년 삼성 권영호 황규봉 이선희까지 3명이 15승씩을 챙겼고, 1994년 LG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이 15승 이상을 달성했었다. 또 2000년 현대 김수경 임선동 정민태는 3명이 동시에 18승을 수확했지만 4명은 두산이 처음이다.

당연히 팀 기록도 좋다. 28일 기준 팀 타율 1위(0.299)로 강한 공격력을 갖춘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도 최저 1위(4.38)다. 선발승 숫자도 압도적. 팀 91승 중 선발승이 75승. 구원승은 16승밖에 안된다. 선발승 2위인 NC(52승)보다 25승이나 많다. 10개 구단 중 선발승이 가장 적은 한화는 23승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규 시즌 3위였던 두산과 올해 1위인 두산의 가장 큰 차이는 외국인 투수에 있다. 최대 반전 카드다. 6년째 두산에서 뛰는 니퍼트는 지난해 부상이 겹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6승5패 평균자책점 5.10. 소화 이닝도 개인 최소인 90이닝에 그쳤다. '노히트 노런' 투수인 마야는 대기록 후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해 중도 퇴출됐고, 불펜 투수 스와잭을 영입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니퍼트가 '커리어 하이'를 작성하면서 1선발 입지를 확실히 굳히자 로테이션 전체에 힘이 생겼다. '반신반의'였던 보우덴도 성공했다. 한국 타자들이 파악을 마친 후반기에는 고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전반기 성적보다 더 좋다. 보우덴은 지난 8월 18일 SK전부터 6연승을 달리고 있다. 유희관은 4년 연속 10승, 장원준은 좌완 최초 7년 연속 10승에 개인 최다승 타이 기록까지. 선발 투수들의 호투 릴레이는 두산의 철옹성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결국 선발진이 강해야 강팀이 된다. 이는 장기전과 단기전을 아우르는 불변의 규칙과 같다. 팀 200홈런 기록에 40홈런, 50홈런 타자를 보유했던 넥센이 끝내 우승을 손에 넣지 못했던 것처럼, 두산의 질주는 또 한번 선발야구의 힘을 증명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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