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안타 -1' 느려도 괜찮다. 박한이처럼 친다면

기사입력 2016-10-03 21:18


3일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대 LG 트윈스 경기 1회말 2사 2루에서 삼성 최형우의 1타점 선제 적시타로 홈을 밟은 2루주자 박한이가 덕아웃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16년 연속 100안타 -1.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박한이(37)의 대기록이 성큼 다가왔다.

3일 대구 LG전.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한이는 1회말 첫 타석에서 LG 선발 허프를 상대로 2루타를 쳤다. 올 시즌 자신의 99번째 안타. 이제 16년 연속 100안타까지 1안타만 남았다. 삼성은 정규 시즌 종료까지 4경기가 더 있다. 선발로 꾸준히 나간다면 충분히 기록은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한이는 '꾸준함의 상징'이다. 기록이 말해준다. 2001년 삼성에서 프로에 입문한 그는 단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100안타 이상을 쳤다. 이 기록이 대단한 이유는 실력과 노력 그리고 큰 부상 없이 많은 경기에 나갔을 때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홈런, 50홈런을 치는 타자 혹은 타격왕을 수 차례 차지했던 선수들도 접근하기 어렵다.

박한이가 한 시즌에 100경기 이하를 뛴 것도 지난해(94경기) 딱 한차례 뿐이다. 하지만 그는 94경기에서도 110개의 안타를 쳐내며 3할 타율을 이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후배들의 경쟁을 뿌리치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확실한 증거다.

데뷔 시즌 117안타 13홈런을 기록했던 박한이는 3년 차였던 2003년 170안타(133경기)를 때려냈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개인 최고 기록이다. 홈런은 2010년 이후 한자릿수로 줄었다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10홈런 이상을 달성했다. 16년 연속 100안타 이상을 달성한 타자는 KBO리그 역사상 단 한 명 뿐이었다. 삼성의 '레전드' 양준혁이다. 삼성과 해태, LG를 거쳐 다시 삼성으로 돌아와 지난 2010년 은퇴한 양준혁은 1993년 데뷔 시즌부터 2008년까지 16년 연속 100안타를 달성했었다.

현재 페이스로 누적 경기수는 박한이가 훨씬 적다. 양준혁은 1975경기째에 16년 연속 100안타 기록을 세웠지만, 박한이는 3일 경기까지 포함해 1911경기다. 이번 시즌 내에 달성한다면 양준혁의 누적 경기보다 무조건 앞선다.

결국 남은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박한이가 또 한번 100안타를 달성하면 17년 연속으로 역대 최초의 사나이가 된다. 그의 꾸준함이 오래 빛날 수 있는 길. 기록으로 남을 훈장과도 같다.


대구=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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