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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겨울입니다. 야구 기자 3년차 저는 LG 트윈스 담당이 됐습니다. 그 때 LG에는 화젯거리가 하나 있었죠.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다 한국에 돌아오기를 원한다는 투수 류제국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모든 이유를 다 밝힐 수는 없겠지만, 류제국 선수는 LG와 입단 과정에서 구단과 조금의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어렵게 한국 유턴을 결정했는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국내 여론이 좋지 않았습니다. 실력도 없는 선수가 돈만 밝힌다는 얘기가 주였습니다. 저도 그 내용들을 앞다퉈 보도했었죠.
힘든 시간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원인 모를 부진에 빠지며 4승9패에 그쳤습니다. 나이는 30대 중반에 다가가고, 주위에서는 '1년 반짝 했던 것 아닌가'라고 수근거렸습니다. 올해 초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던 류제국 선수는 "그 평가들을 모두 바꿔놓겠다. 태어나서 이렇게 공을 많이 던진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올해 후반기 대폭발, 13승을 거두며 또 팀을 가을야구에 진출시켰네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야구 인생 가장 멋진 투구로 팀에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선물했습니다. 8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허용한 안타는 단 1개 뿐이었습니다. 양팀이 8회까지 점수를 뽑지 못해 류제국은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LG가 9회 1대0 끝내기 승을 거뒀어도 승리투수 이름은 류제국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날 경기 MVP는 류제국이었습니다.
아마도 가슴에 있는 캡틴 상징이 류제국 선수에게 더 큰 힘을 준 것 같습니다. 류제국 선수는 책임감이 넘칩니다. 자기 야구 하기도 바쁜데, 주장 역할을 맡으며 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주장의 자존심으로 힘들었던 7회, 8회를 넘기는 모습이 제 눈에는 보였습니다.
지면을 빌어 처음으로 담당기자와 선수가 아닌, 동갑 친구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류제국, 오늘 진짜 멋졌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