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선발 파격과 정석, 어느 선택이 옳을까

기사입력 2016-10-13 08:08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통산 4승1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니퍼트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선택한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은 의외다. 에이스 밴헤켄이 아닌 맥그레거가 LG 트윈스와의 1차전 선발이다.

아무리 맥그레거가 9월 이후 컨디션이 좋다 하더라도 밴헤켄의 관록과 경기운영을 따를 수는 없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계산이 깔려있는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7월 넥센에 복귀한 밴헤켄은 스피드 측면에서는 다소 불만이 있을지 몰라도 경기운영과 제구력은 여전히 KBO리그 톱클래스 수준이다. 정규시즌서 12경기에 등판해 7승3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한 밴헤켄은 2차전과 5차전 선발이다. 염 감독은 시리즈가 마지막까지 갈 경우 큰 경기에 강한 밴헤켄을 내세우는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밴헤켄은 포스트시즌 통산 6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2.28을 올렸다. 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는 3명의 선발로 간다. 밴헤켄이 나이가 좀 있어서 회복기간을 고려해 2차전으로 뺐다. 플레이오프도 생각해서 맥그레거를 1차전 선발로 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팀내 1선발, 에이스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전체 포스트시즌 향방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용병술이다. 보통 에이스가 1차전에 나서는게 이상적이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내보낼 수 있으며 중간에 불펜투수로 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LG가 후반기 에이스 노릇을 한 허프, KIA 타이거즈는 정규시즌 15승을 올린 헥터를 1차전 선발로 기용했다.

단기전에서는 첫 경기, 즉 '기선'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역대 포스트시즌서 1차전 승리팀이 시리즈를 통과한 확률을 보면, 준플레이오프는 84.0%(25번중 24번), 플레이오프 78.1%(32번중 25번), 한국시리즈는 72.7%(33번중 24번)다. 이 수학적 확률은 단기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얼마나 유리한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1차전을 이기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탄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자신감이다. 한국시리즈 4차례 우승을 경험한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1차전을 이기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무조건 이기는게 좋다"고 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는 누구를 1차전 선발로 내세울까. NC 에이스는 해커다. 올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두 달간 로테이션에서 제외됐음에도 13승3패, 평균자책점 3.45를 올리며 에이스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해커는 NC에서 4시즌을 보내는 동안 포스트시즌서 아직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2014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3⅓이닝 3실점으로 패전,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과 4차전에서 4이닝 4실점, 5⅓이닝 3실점으로 각각 패전을 안았다. 포스트시즌 통산 3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해커를 1차전 선발로 내세운다면 단기전 경험과 올시즌 악재에 불구, 13승을 따낸 관록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 김태형 감독은 4명의 15승 투수를 놓고 즐거운 고민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감독의 스타일상 니퍼트를 1차전에 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니퍼트는 경험, 구위,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정규시즌서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로 투수 3관왕에 올랐다. 2011년부터 두산서 뛴 니퍼트 역시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하다. 통산 13경기에 등판해 4승1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서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모두 나가 5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56을 올리며 '미러클 두산'의 신화를 이끌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는 정수빈이었으나, 전체 포스트시즌 MVP를 꼽자면 니퍼트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2차전 선발로 나가 7이닝 무실점 승, 5차전 구원 등판해 2⅓이닝 무실점을 올렸다. 정규시즌서 잦은 부상으로 힘을 보태지 못한 니퍼트는 포스트시즌서 에이스로 제몫을 해내며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역대로 포스트시즌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1선발로 1984년 한국시리즈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 2003년 한국시리즈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 2009년 한국시리즈 KIA 로페즈 등을 꼽을 수 있다. 올시즌 가을의 전설을 쓸 에이스는 누가 될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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