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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이 흘렀다. 두산 베어스가 지난 2일 한국시리즈 2연패, 무려 21년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2위 NC 다이노스를 맞아 4승무패로 시리즈를 끝냈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퍼펙트' 우승을 달성한 선수들은 긴 휴식에 들어갔다. 일부는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이고, 몇몇은 늦잠을 즐기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11일이면 다시 마무리훈련을 지휘해야 하지만, 지금은 짧은 기간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챔피언' 두산의 못다한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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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민은 이번에도 빈손이었다. 지난해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23개)를 작성하고도 빈손에 그쳤던 두산 주전 3루수. 올 KS에서도 17타수 6안타 타율 3할5푼3리에 5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데일리 MVP조차 받지 못했다. 그의 5타점은 이번 KS에서 개인 최다 타점이지만 상복은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2년 연속 우승으로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다. 특히 시리즈 준비 기간 타격감이 뚝 떨어졌기 때문에 안타 1개, 타점 1개가 감사할 뿐이다. 그는 KS 1차전 결승 득점을 올린 소감을 묻자 "청백전과 일본 연습 경기에서 안타 1개도 못쳤다. 이날 처음 주루 플레이를 해봤다"며 "우려와 달리 타석에서도 공은 잘 보인다. 이 공이 직구인지, 변화구인지, 커터인지, 뭔지 잘 몰라서 그렇지"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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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에 이어 KS에서도 코칭스태프의 공은 컸다. 수장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한용덕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 박철우 타격 코치, 강인권 배터리 코치, 강석천 수비 코치, 전형도 작전 코치 등이 빈틈 없이 '수능'을 준비했다. 투수들은 선발, 불펜 가리지 않고 나갈 때마다 기대 이상의 피칭을 했다. 타자들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르며 경기 분위기를 끌고 왔다. 수비는 역시 두산의 최대 강점이었는데 NC 야수진과 레벨이 달랐다. 김태형 감독이 늘 말하는, "두산 코치진의 힘"이다. 강인권 코치는 "선수들이 이천과 일본에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양의지는 정규시즌과 다른 볼배합을 연구했고, 결국 성공을 거뒀다"며 "역시 단기전이 힘들다. 코치들도 목이 다 쉬었다"고 했다.
▲전력분석팀 "원종현만 잡자고 했다"
두산의 KS 2연패 숨은 공신은 단연 전력분석팀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모든 경기를 따라다니며 KS를 대비했다. 누가 올라오든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이 생길만큼 치밀한 분석이었다. NC의 경우 원종현에게만 포커스를 맞췄다. 모든 전력분석이 그렇듯 선발 투수 분석에 70%를 할애한 뒤 불펜은 오직 원종현만 흔들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유가 있었다. 김경문 NC 감독은 플레이오프부터 승부처마다 원종현을 기용했다. 정규시즌 막판 마무리 투수로 활용했다가 단기전에서는 5회 이후 언제든 투입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두산도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원종현을 공략하지 않고선 우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숱하게 원종현의 비디오 영상을 돌려본 뒤 내린 결론은 "1차전에 무조건 나온다. 치지 못해도 투구수만큼은 늘려야 한다. 원종현은 연투가 쉽지 않다. 투구수만 늘려도 시리즈는 두산에 유리하다"는 것.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1차전부터 흔들린 원종현은 올 KS 3경기 평균자책점이 11.57이다. 2⅓이닝 동안 3실점했다. 이는 곧 두산 전력분석팀의 승리. 이들은 한국시리즈 MVP 양의지가 신들린 볼배합을 하는데도 큰 도움을 줬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