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직격인터뷰]불펜피칭 1800개 배영수 "두근거림 찾고싶다"

기사입력 2016-11-11 23:56


◇미야자기 마무리훈련에서 악착같이 몸을 만들고 있는 한화 배영수. "1군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며 웃었다. 미야자키=박재호 기자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캠프가 한창인 일본 미야자키 기요타케구장. 김성근 한화 감독은 "배영수를 보면 자주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착실하게 훈련하고 있다. 예전의 리그 정상급 에이스 모습을 되찾는 프로젝트. 한화는 전담 코치도 붙이는 등 공을 들였다.

계형철 투수코치가 배영수(35)를 붙들고 1대1 개인지도를 하고 있다. 피칭 기술보다는 지치지 않고 꾸준히 몸을 단련하고, 좋았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작업이다. 계 코치는 1999년 가을 고교를 졸업하고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배영수를 가르쳤다. 17년만에 둘은 다시 구슬땀을 쏟고 있다. 계 코치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선수다. 누구보다 성실하다. 다른 투수조와도 따로 떨어져 외롭게 훈련하고 있다. 피칭폼이 정갈해졌다. 전성기 모습이 살짝 엿보인다. 때때로 '이 친구가 참 독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지난달 열살 이상 어린 후배들과 함께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볼을 뿌렸다. 구속은 시속 140㎞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한때 150㎞를 뿌렸던 강견.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프로 16년차 베테랑이다. 구속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술은 완벽하다. 몸이 아프지 않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배영수는 "지난해 11월 팔꿈치 수술을 했다. 뼛조각 제거수술로 인대접합수술에 비해 심각한 수술이 아니었지만 재활 도중 통증이 있어 고생했다. 그 단계를 뛰어넘고 나니 이제는 몸이 무척 가볍다"고 했다.

배영수는 2014년말 3년간 21억5000만원을 받고 삼성에서 한화로 이적했지만 2015년 4승11패 평균자책점 7.04로 부진했고, 올해는 수술과 재활로 1년을 통째로 쉬었다.

배영수는 "팀에도 죄송하고, 팬들께도 면목이 없고, 감독님께도 송구스럽다. 사실 수술 결정은 내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빨리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팀성적은 나쁜데 도움은 못되고, 한마디로 팀에는 짐이었다. 내년은 승부다. 승부란 말을 잘 쓰지 않는데 내년은 그렇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지난 15년 동안 128승을 올린 대투수다.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그를 단련시키고 있다. 꾸준한 러닝과 하체단련으로 기본을 다지면서 피칭밸런스를 가다듬고 있다. 불펜피칭은 올가을 들어서만 벌써 1800개를 넘기고 있다. 배영수는 "불펜피칭 갯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조절을 한다. 연습경기에 등판하기 전날에도 불펜피칭을 했다. 보통 때는 그렇게 하지않았는데 좋은 감을 유지하려 볼을 더 던졌다. 팔이 좀더 펴지고, 볼을 채는 느낌이 든다"며 "전성기는 분명 아니다. 2군, 3군에 있으면서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예전엔 마운드에 설때 설레었다. 사실 그 익숙한 부분이 엄청나게 소중한 건데. 그 긴장감을 잠시 잊고 살았다. 경기시작을 알리는 알림과 함께 오는 두근거림. 그 소중한 것들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선배가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야구를 잘해야 한다. 생활적인 면에서도 후배들에게 책잡히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요즘 대형FA계약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나 스스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인생공부도 많이 했다. FA는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야자키(일본)=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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