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최 정(SK 와이번스)이 팀 동료 김강민을 상대로 9회말 끝내기 적시타를 때려낸 양신팀의 16대15 승리. 하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였다.
자선야구대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 투수들이 야수로 투입되고, 타자들이 마운드에 섰다.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종범신팀의 김현수는 3회 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처음에는 설렁설렁 던졌다. 양신팀 최준석(롯데 자이언츠)에 2루타를 허용하고, 보크까지 범했다. 위기를 자초하더니 김현수는 최고구속은 134km의 강속구를 뿌렸다. 제구도 썩 나쁘지 않았다. 김현수는 이후 유격수-좌익수-포수 포지션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항의하다 드러누운 양준혁
자선야구대회답게 익살스런 장면도 많이 연출됐다. 매년 이 대회에서 '개그 에이스'로 활약한 이여상이 조용했던 반면, 윤희상이 첫 타석 김태균(한화 이글스)의 타격폼을 재현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김태군(NC 다이노스)은 손아섭(롯데)의 타격 장면을 똑같이 보여줬다.
양준혁 감독은 어설펐지만, 팬서비스를 위해 열심히 꽁트 연기까지 했다. 2회말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해 심판과 계속해서 티격태격하던 양 감독은 이어지는 불리한 판정에 화를 참지 못하고 구심과 몸싸움을 벌였다. 모자를 집어던지며 화내자 심판이 퇴장 사인을 냈다. 양 감독은 퇴장 사인에 그라운드에 대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양 감독을 퇴장시킨 심판은 바로 박해민(삼성 라이온즈). 깜짝 심판 분장을 하고 양 감독과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열연했다. 양 감독은 행사 진행하랴, 감독 하랴, 또 선수로 나와 안타까지 치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종범-정후 부자의 나들이
이날 눈길을 끈 또다른 주인공은 종범신팀 이종범 감독과 그의 아들 이정후(넥센 히어로즈). 이정후는 종범신팀 2번-중견수로 이날 경기 선발 출전했다. 특히, 이날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은 이정후가 내년부터 홈구장으로 쓸 곳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아버지 앞이라 그런지, 경기 초반 타석에서 안타를 만들지 못한 이정후는 호쾌한 안타 2방을 때려내며 '바람의 손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종범 감독은 "(아들과) 이런 대회에 같이 나온 건 처음이다. 이런 분위기도 느껴보라고 나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선수로 첫 발을 내딛게 된 아들에 대해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다. 유니폼 입는다고 프로 선수가 되는 게 아니다"고 얘기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최근 이정후의 개인 SNS 코멘트가 논란이 된 것을 의식했는지 "정말 조심해야 한다. 100번 말을 잘했다가도, 1번 실수로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9회 대타로 나와 상대 투수 김선우(MBC 스포츠+ 해설위원)로부터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내 자랑스러운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척돔=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