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양준혁, 강속구 투수 김현수...볼거리 많았던 축제

기사입력 2016-12-04 15:53


경기는 최 정(SK 와이번스)이 팀 동료 김강민을 상대로 9회말 끝내기 적시타를 때려낸 양신팀의 16대15 승리. 하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였다.

2016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양준혁야구재단 양준혁 이사장이 이끄는 '양신'팀과 영원한 라이벌 이종범 MBC 스포츠+ 해설위원의 '종범신'팀이 우정어린 경쟁을 펼쳤다. 프로야구 최고 스타 선수들, 은퇴한 레전드 스타들, 그리고 연예인 및 일반 아마추어 선수들 등 총 50여명의 선수들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투수 김현수 135km 강속구

자선야구대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 투수들이 야수로 투입되고, 타자들이 마운드에 섰다.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종범신팀의 김현수는 3회 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처음에는 설렁설렁 던졌다. 양신팀 최준석(롯데 자이언츠)에 2루타를 허용하고, 보크까지 범했다. 위기를 자초하더니 김현수는 최고구속은 134km의 강속구를 뿌렸다. 제구도 썩 나쁘지 않았다. 김현수는 이후 유격수-좌익수-포수 포지션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거구의 최준석은 유격수 포지션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깔끔한 수비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양신팀 3루수 윤희상(SK)은 공-수 모두에서 마치 야수와 같은 몸놀림을 선보였다. 불꽃 맹타에 강습 타구 처리도 완벽했다. 양신팀 리드오프로 나선 우규민(LG 트윈스)는 스위치 타자로 좌-우타석 가리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 투수가 아닌 타자로 FA 협상을 해도 될 듯한 타격 실력이었다.

항의하다 드러누운 양준혁

자선야구대회답게 익살스런 장면도 많이 연출됐다. 매년 이 대회에서 '개그 에이스'로 활약한 이여상이 조용했던 반면, 윤희상이 첫 타석 김태균(한화 이글스)의 타격폼을 재현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김태군(NC 다이노스)은 손아섭(롯데)의 타격 장면을 똑같이 보여줬다.


양준혁 감독은 어설펐지만, 팬서비스를 위해 열심히 꽁트 연기까지 했다. 2회말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해 심판과 계속해서 티격태격하던 양 감독은 이어지는 불리한 판정에 화를 참지 못하고 구심과 몸싸움을 벌였다. 모자를 집어던지며 화내자 심판이 퇴장 사인을 냈다. 양 감독은 퇴장 사인에 그라운드에 대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양 감독을 퇴장시킨 심판은 바로 박해민(삼성 라이온즈). 깜짝 심판 분장을 하고 양 감독과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열연했다. 양 감독은 행사 진행하랴, 감독 하랴, 또 선수로 나와 안타까지 치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종범-정후 부자의 나들이

이날 눈길을 끈 또다른 주인공은 종범신팀 이종범 감독과 그의 아들 이정후(넥센 히어로즈). 이정후는 종범신팀 2번-중견수로 이날 경기 선발 출전했다. 특히, 이날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은 이정후가 내년부터 홈구장으로 쓸 곳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아버지 앞이라 그런지, 경기 초반 타석에서 안타를 만들지 못한 이정후는 호쾌한 안타 2방을 때려내며 '바람의 손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종범 감독은 "(아들과) 이런 대회에 같이 나온 건 처음이다. 이런 분위기도 느껴보라고 나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선수로 첫 발을 내딛게 된 아들에 대해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다. 유니폼 입는다고 프로 선수가 되는 게 아니다"고 얘기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최근 이정후의 개인 SNS 코멘트가 논란이 된 것을 의식했는지 "정말 조심해야 한다. 100번 말을 잘했다가도, 1번 실수로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9회 대타로 나와 상대 투수 김선우(MBC 스포츠+ 해설위원)로부터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내 자랑스러운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고척돔=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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