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잠실과 이별 우규민, 새 집은 '지옥' 라팍

기사입력 2016-12-06 11:11


◇지난 3월 시범경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우규민.  스포츠조선DB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새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 우규민. 지난해 새로 지어진 최신 시설의 구장이라 매우 안락한 환경이지만,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는 그 어느 구장보다 불편할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야구 인생 2막을 열게 된 우규민이 풀어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우규민은 5일 삼성과 4년 총액 65억원의 '대박' 조건에 합의하며 이적을 결정했다. 2003년부터 뛴 LG 트윈스를 떠나 삼성 유니폼을 입고 새출발하게 됐다.

우규민은 리그 최고의 잠수함 선발 요원이다. 그의 실력에 의문 부호를 달 이유는 없다. 올해 6승 평균자책점 4.91로 조금 부진했지만 2013년부터 10승 평균자책점 3.91-11승 평균자책점 4.04-11승 평균자책점 3.42를 거둔 안정적인 자원이다.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엔트리에도 합류했다.

그러나 실력이 아닌 다른 변수가 내년 시즌 그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새 홈구장 삼성라이온즈파크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그라운드 펜스가 팔각형 모양으로 돼있다. 외야 펜스도 각이 졌다. 좌익수-우익수 뒤쪽 좌-우중간 펜스에서 양쪽 파울폴대까지 펜스가 일직선이다. 홈플레이트부터 그곳까지의 거리가 다른 구장들에 비해 매우 짧아진다. 때문에,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개장 전부터 홈런 공장 가능성이 제기됐고, 실제 올시즌을 치르며 다른 구장같으면 플라이 아웃이 될 타구들이 살짝 펜스를 넘어 홈런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올시즌 실제 나온 홈런 개수는 다른 구장들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투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났다. 또, 홈팀 삼성이 야마히코 나바로-박석민-채태인 등 홈런 타자들과 줄줄이 이별해 전체 홈런수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

반대로 우규민이 그동안 홈으로 쓰던 잠실은 시설은 낙후됐지만, 투수들에게는 천국과 다름없다. 중앙펜스 125m, 좌-우측 파울폴때까지 100m로 국내 그라운드 넓이로는 국내 최고다. 대구와 반대로 다른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들이, 플라이 아웃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 차이는 엄청나다. 단순히 투수들의 피홈런 개수가 늘고, 줄고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문제다. 좁은 구장에서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신경쓰고 힘이 들어가다보면 오히려 제구가 흔들리고, 실투가 나온다. 반대로 '칠테면 쳐봐라. 어차피 안넘어가니'라는 편한 마음으로 공을 던지면 투구 템포와 볼배합 등이 확 바뀔 수 있다. 선발투수의 경기력 변수, 경기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다. 원래 잘던지던 투수였지만, 두산 베어스로 이적해 더 무서운 투수가 된 장원준의 사례가 잠실의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언더핸드로 변화구가 좋은 우규민은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이 아닌, 맞혀잡는 유형의 투수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이용한 땅볼 유도가 좋다. 때문에 삼성라이온즈파크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우규민의 추세를 봤을 때 불안한 면도 없지 않다. 2013 시즌 우규민이 잡아낸 아웃카운트를 분석하면 땅볼 186개-플라이 146개였다. 땅볼-플라이 비율 1.274였다. 2014 시즌에는 땅볼 189개-플라이 141개로 1.340으로 올랐다. 작년에는 땅볼 177개-뜬공 123개로 무려 1.439라는 땅볼-플라이 비율을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땅볼 159개-플라이 136개로 이 비율이 1.169로 뚝 떨어졌다. 허리 부상 여파로 공의 무브먼트가 줄어들며 상대 타자들에 정타 허용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선발 투수에게 홈구장은 중요하다. 한 시즌 절반 이상을 홈에서 던진다. 우규민은 풀타임 소화한 2014 시즌 총 29경기 중 16경기, 2015 시즌 총 25경기 중 14경기를 잠실에서 던졌다. 유리한 구장에서 많이 던질수록 승수를 더 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또 하나의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삼성이 홈런 공장 오명을 벗기 위해 내년 시즌을 앞두고 외야 펜스를 높이거나 그물을 치는 등의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구장의 볼품은 없어지겠지만, 우규민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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