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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새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 우규민. 지난해 새로 지어진 최신 시설의 구장이라 매우 안락한 환경이지만,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는 그 어느 구장보다 불편할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야구 인생 2막을 열게 된 우규민이 풀어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그러나 실력이 아닌 다른 변수가 내년 시즌 그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새 홈구장 삼성라이온즈파크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그라운드 펜스가 팔각형 모양으로 돼있다. 외야 펜스도 각이 졌다. 좌익수-우익수 뒤쪽 좌-우중간 펜스에서 양쪽 파울폴대까지 펜스가 일직선이다. 홈플레이트부터 그곳까지의 거리가 다른 구장들에 비해 매우 짧아진다. 때문에,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개장 전부터 홈런 공장 가능성이 제기됐고, 실제 올시즌을 치르며 다른 구장같으면 플라이 아웃이 될 타구들이 살짝 펜스를 넘어 홈런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올시즌 실제 나온 홈런 개수는 다른 구장들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투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났다. 또, 홈팀 삼성이 야마히코 나바로-박석민-채태인 등 홈런 타자들과 줄줄이 이별해 전체 홈런수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
반대로 우규민이 그동안 홈으로 쓰던 잠실은 시설은 낙후됐지만, 투수들에게는 천국과 다름없다. 중앙펜스 125m, 좌-우측 파울폴때까지 100m로 국내 그라운드 넓이로는 국내 최고다. 대구와 반대로 다른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들이, 플라이 아웃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언더핸드로 변화구가 좋은 우규민은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이 아닌, 맞혀잡는 유형의 투수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이용한 땅볼 유도가 좋다. 때문에 삼성라이온즈파크 변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우규민의 추세를 봤을 때 불안한 면도 없지 않다. 2013 시즌 우규민이 잡아낸 아웃카운트를 분석하면 땅볼 186개-플라이 146개였다. 땅볼-플라이 비율 1.274였다. 2014 시즌에는 땅볼 189개-플라이 141개로 1.340으로 올랐다. 작년에는 땅볼 177개-뜬공 123개로 무려 1.439라는 땅볼-플라이 비율을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땅볼 159개-플라이 136개로 이 비율이 1.169로 뚝 떨어졌다. 허리 부상 여파로 공의 무브먼트가 줄어들며 상대 타자들에 정타 허용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선발 투수에게 홈구장은 중요하다. 한 시즌 절반 이상을 홈에서 던진다. 우규민은 풀타임 소화한 2014 시즌 총 29경기 중 16경기, 2015 시즌 총 25경기 중 14경기를 잠실에서 던졌다. 유리한 구장에서 많이 던질수록 승수를 더 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또 하나의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삼성이 홈런 공장 오명을 벗기 위해 내년 시즌을 앞두고 외야 펜스를 높이거나 그물을 치는 등의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구장의 볼품은 없어지겠지만, 우규민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