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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우승팀 히로시마 카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1993년 FA 제도가 일본 프로야구에 도입된 후 24년간 외부 FA 영입없이 팀을 꾸린 팀은 히로시마가 유일하다. 이 기간에 FA 자격을 얻어 히로시마를 떠난 선수는 총 6명이었다. 구단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보니, 외부 수혈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올해 재팬시리즈에서 히로시마를 꺾고 우승한 퍼시픽리그의 니혼햄 파이터스도 비슷하다. 외부 FA 영입은 2004년 이나바 아쓰노리가 유일했고, 그동안 9명이 새 팀을 찾아 떠났다. 히로시마와 니혼햄, 올시즌 양대리그 우승팀 모두 소속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전력의 주축이다. 최근 4년간 포스트 시즌에 오른 넥센 히어로즈, 내부 육성 선수를 중심으로 전력을 구축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를 보는 듯 하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올해 KBO리그 FA 시장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구단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즉시 전력 강화가 가능한 FA를 둘러싼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외부 FA 영입을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고, 보상선수까지 내줘야 한다. 해당 선수가 당장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구단 입장에선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룹차원의 전략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외부 FA가 팀 전력 강화로 이어질까. 지금까지 사례를 살펴보면, 긍정적이 케이스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투자 대비 효과를 따져보려면, 먼저 개인 성적을 봐야 한다. FA를 앞두고 무리를 할 때가 많은데, 후유증으로 인해 기대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새 전력 유입에 따른 팀 경쟁력 업그레이드, 성적 변화도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뛰어난 활약으로 팀에 기여해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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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는 2013년 시즌 종료 후 두산에서 FA가 된 외야수 이종욱, 내야수 손시헌을 데려왔다. 신생팀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했고, 취약 포지션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FA 영입이었는데,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이종욱과 손시헌은 앞서 합류한 이호준과 함께 NC가 단기간에 상위권팀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09년 FA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홍성흔도 흠잡기을 데 없는 활약을 했다. 그는 2012년까지 4년간 타율 3할3푼-59홈런-321타점의 맹활약으로 자이언츠 타선의 힘이 됐다. 홍성흔이 머물렀던 4년간 롯데는 매년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선수 활약과 팀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 결과다.
선수 개인 성적이 중요하지만, 팀 분위기도 중요하다. 지난 겨울 롯데는 손승락을 4년-60억원, 윤길현을 4년-38억원에 데려와 불펜 강화를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는 2013년 시즌 종료 이후 3년간 정근우, 이용규, 권 혁, 배영수, 송은범, 정우람, 심수창을 영입해 상위권 도약을 노렸으나,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A급 선수 몇몇을 영입했다고 해서, 팀 전력이 곧바로 상승하긴 어렵다. 일부 선수만으로 팀을 바꾸기도 어렵다. 무분별한 외부 FA 영입이 유망주 육성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먹튀급' 외부 FA가 수두룩하다.
이번 겨울 통큰 투자를 결정한 KIA와 LG는 외부 FA 영입 효과를 얼마나 볼 수 있을까. 두산과 NC의 길을 갈지, 아니면 롯데와 한화 케이스로 이어질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