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FA 영입, 팀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나

최종수정 2016-12-20 09:05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NC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NC 박석민을 병살처리한 후 두산 장원준이 양의지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30.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NC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1,3루서 NC 이종욱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30.

2016년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우승팀 히로시마 카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1993년 FA 제도가 일본 프로야구에 도입된 후 24년간 외부 FA 영입없이 팀을 꾸린 팀은 히로시마가 유일하다. 이 기간에 FA 자격을 얻어 히로시마를 떠난 선수는 총 6명이었다. 구단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보니, 외부 수혈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올해 재팬시리즈에서 히로시마를 꺾고 우승한 퍼시픽리그의 니혼햄 파이터스도 비슷하다. 외부 FA 영입은 2004년 이나바 아쓰노리가 유일했고, 그동안 9명이 새 팀을 찾아 떠났다. 히로시마와 니혼햄, 올시즌 양대리그 우승팀 모두 소속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전력의 주축이다. 최근 4년간 포스트 시즌에 오른 넥센 히어로즈, 내부 육성 선수를 중심으로 전력을 구축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를 보는 듯 하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올해 KBO리그 FA 시장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구단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즉시 전력 강화가 가능한 FA를 둘러싼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외부 FA 영입을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고, 보상선수까지 내줘야 한다. 해당 선수가 당장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구단 입장에선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룹차원의 전략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18일까지 FA로 이적한 선수는 총 4명. KIA 타이거즈가 외야수 최형우와 4년-100억원, LG 트윈스가 좌완 투수 차우찬과 4년-95억원에 계약했다. 내야수 이원석은 4년-27억원, 언더핸드스로 투수 우규민은 4년-65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을 불러온 팀들이 과감하게 움직인 이유는 분명하다. 최형우를 영입한 KIA는 중심타선이 강해졌고, LG는 차우찬의 가세로 선발진이 튼튼해졌다. 내부 FA 최형우와 차우찬을 놓친 삼성은 전력 누수에 따른 위기감이 컸을 것이다. 내야수 황재균도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kt 위즈로 이적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잔류를 결정한 양현종은 KIA와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외부 FA가 팀 전력 강화로 이어질까. 지금까지 사례를 살펴보면, 긍정적이 케이스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투자 대비 효과를 따져보려면, 먼저 개인 성적을 봐야 한다. FA를 앞두고 무리를 할 때가 많은데, 후유증으로 인해 기대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새 전력 유입에 따른 팀 경쟁력 업그레이드, 성적 변화도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뛰어난 활약으로 팀에 기여해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차우찬은 지난 2년간 활약으로 완전히 달라진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빠른 시간에 몸값을 끌어올린 선수로 남을 공산이 크다.
많은 야구인들이 두산 베어스 장원준을 최근 가장 성공적인 외부 FA 영입 사례로 꼽는다. 오랫동안 외부 FA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두산은 2014년 시즌 종료 후 롯데에서 FA가 된 장원준과 4년간-84억원에 계약했다. 당시 '거품 논란'이 일었는데,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로 나타났다. 이적 첫해 12승12패-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한 장원준은 올해 15승6패-3.32를 마크했다. 첫해보다 두번째 해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며 소속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좋은 성적을 내면 몸값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NC 다이노스는 2013년 시즌 종료 후 두산에서 FA가 된 외야수 이종욱, 내야수 손시헌을 데려왔다. 신생팀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했고, 취약 포지션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FA 영입이었는데,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이종욱과 손시헌은 앞서 합류한 이호준과 함께 NC가 단기간에 상위권팀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09년 FA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홍성흔도 흠잡기을 데 없는 활약을 했다. 그는 2012년까지 4년간 타율 3할3푼-59홈런-321타점의 맹활약으로 자이언츠 타선의 힘이 됐다. 홍성흔이 머물렀던 4년간 롯데는 매년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선수 활약과 팀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 결과다.

선수 개인 성적이 중요하지만, 팀 분위기도 중요하다. 지난 겨울 롯데는 손승락을 4년-60억원, 윤길현을 4년-38억원에 데려와 불펜 강화를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는 2013년 시즌 종료 이후 3년간 정근우, 이용규, 권 혁, 배영수, 송은범, 정우람, 심수창을 영입해 상위권 도약을 노렸으나,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A급 선수 몇몇을 영입했다고 해서, 팀 전력이 곧바로 상승하긴 어렵다. 일부 선수만으로 팀을 바꾸기도 어렵다. 무분별한 외부 FA 영입이 유망주 육성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먹튀급' 외부 FA가 수두룩하다.

이번 겨울 통큰 투자를 결정한 KIA와 LG는 외부 FA 영입 효과를 얼마나 볼 수 있을까. 두산과 NC의 길을 갈지, 아니면 롯데와 한화 케이스로 이어질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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