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FA 계약의 마지막 딜레마...계약기간

기사입력 2016-12-22 08:51



"퇴직금 받는 기분일텐데, 그걸 받아들이기 쉽겠습니까."

FA(자유계약선수) 100억원 시대가 열렸다. 프로야구 선수들 몸값 상승에 거침이 없다. 하지만 모두 만족스러운 겨울을 보내는 건 아니다. 아직 베테랑 선수들은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LG 트윈스에서 FA가 된 정성훈 봉중근, 그리고 kt 위즈 출신 이진영이 있다. NC 다이노스 조영훈도 아직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결국 흐르는 세월을 이겨낼 수 없는 현실이다. 정성훈 봉중근 이진영 모두 80년생으로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38세다. 조영훈도 36세가 된다. 구단들 입장에서는 아직 충분히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3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해주기에는 부담스럽다. 당장 1년, 1년이 지나면 뚝 떨어질 수 있는 경기력과 더딘 부상-체력 회복력 등이 걱정돼서다. 이제 35세가 되는 두산 베어스 이현승도 결국 3년 계약을 했는데, 마지막까지 계약 기간을 갖고 줄다리기를 했다. 이를 가지고 구단이 잔인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젊은 선수들이 점점 성장하는 가운데, 언제까지 베테랑 선수들만 감쌀 수는 없는 게 프로의 세계다.

그래서 구단도 장기 계약기간은 보장해주지 못하지만, 연봉으로 어느정도 선수들의 가치를 인정해주려 한다. 예를 들면, A구단이 한 선수에게 1년 7억원 정도의 연봉을 제시했다고 해보자. 7억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풀타임 주전으로 뛰며 타율로는 3할, 승수로는 10승 이상을 기록해줄지 의문이 들면서도 베테랑에 대한 예우를 해주는 액수다. 이 액수를 듣는 사람들은 "계약기간을 떠나 엄청난 돈 아닌가. 선수들이 자신들의 욕심만 채울 수는 없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선수들 입장은 다르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선수들이 조금 더 긴 계약기간을 원하는 건 소위 말하는 속어로 '날로 먹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번 FA 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B구단의 한 베테랑 선수는 "계약기간 1년을 해주고,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선수는 서운하다. 이제 당신이 필요 없으니 퇴직금 받고 나가라는 뜻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선수들은 연봉을 줄이더라도 계약기간을 늘리며 조금 안정된 상황에서 정당한 경쟁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계약금이 없는 것도 서럽다. 구단은 실력을 보여주고 그만큼의 돈을 가져가라는 의도다. 선수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면 구단과 현장의 합의 속에 자신들이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선수도 자신이 원하는 걸 모두 이룰 수는 없다. 38세 선수들에게 4년 계약, 천문학적인 돈을섣불리 안겨줄 구단은 거의 없다. 때문에 협상이 필요하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성훈 봉중근의 경우 처음 단년 계약을 제시받았다. 그러나 구단과 얘기를 해가며 지금은 2년 계약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이진영의 경우도 구단이 2년 보장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3년 이상의 계약을 원하는데, 이는 옵션 포함 등의 방법으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 계약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액수 총액 욕심을 버려야 할 수도 있다. FA는 과거 활약에 대한 보상이 아닌, 미래 활약 기대에 대한 투자다. 물론, 구단도 선수들의 나이만 보고 무조건 차가운 협상안을 내놓으면 안된다. 냉정히 선수들의 실력, 필요성을 평가하고 인정해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올바른 협상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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