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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받는 기분일텐데, 그걸 받아들이기 쉽겠습니까."
그래서 구단도 장기 계약기간은 보장해주지 못하지만, 연봉으로 어느정도 선수들의 가치를 인정해주려 한다. 예를 들면, A구단이 한 선수에게 1년 7억원 정도의 연봉을 제시했다고 해보자. 7억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풀타임 주전으로 뛰며 타율로는 3할, 승수로는 10승 이상을 기록해줄지 의문이 들면서도 베테랑에 대한 예우를 해주는 액수다. 이 액수를 듣는 사람들은 "계약기간을 떠나 엄청난 돈 아닌가. 선수들이 자신들의 욕심만 채울 수는 없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선수들 입장은 다르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선수들이 조금 더 긴 계약기간을 원하는 건 소위 말하는 속어로 '날로 먹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번 FA 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B구단의 한 베테랑 선수는 "계약기간 1년을 해주고,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선수는 서운하다. 이제 당신이 필요 없으니 퇴직금 받고 나가라는 뜻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선수들은 연봉을 줄이더라도 계약기간을 늘리며 조금 안정된 상황에서 정당한 경쟁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선수도 자신이 원하는 걸 모두 이룰 수는 없다. 38세 선수들에게 4년 계약, 천문학적인 돈을섣불리 안겨줄 구단은 거의 없다. 때문에 협상이 필요하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성훈 봉중근의 경우 처음 단년 계약을 제시받았다. 그러나 구단과 얘기를 해가며 지금은 2년 계약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이진영의 경우도 구단이 2년 보장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3년 이상의 계약을 원하는데, 이는 옵션 포함 등의 방법으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또, 계약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액수 총액 욕심을 버려야 할 수도 있다. FA는 과거 활약에 대한 보상이 아닌, 미래 활약 기대에 대한 투자다. 물론, 구단도 선수들의 나이만 보고 무조건 차가운 협상안을 내놓으면 안된다. 냉정히 선수들의 실력, 필요성을 평가하고 인정해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올바른 협상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