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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거인'의 부흥을 함께 이끌었던 이대호와 강민호가 6년만에 뭉쳤다.
'부산 사나이' 이대호는 막연히 갖고 있던 계획을 이번에 이뤘다. 지난달 말 오랜 고민 끝에 4년 150억원의 조건으로 롯데에 복귀했다. 올시즌 롯데의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황재균이 떠난 직후 이대호 영입을 재빨리 추진했다. 이윤원 단장이 직접 괌으로 날아가 개인훈련을 하던 이대호를 만나 담판을 지었다. 성의를 보였고, 진심을 다했다. 이대호의 마음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지금 롯데팬들은 지금 기대에 부풀어 있다. 마운드 걱정이 크기는 하지만 이대호-강민호를 중심으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선수단 전체에 형성돼 있다. 더구나 이대호는 조원우 감독의 강력한 추천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조 감독은 "대호가 캠프 분위기를 잘 만들어놓고 대표팀으로 갔다. 그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이대호는 해외 진출 직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였다. 2010년에는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올라 MVP에 선정됐고, KBO리그 통산 3할9푼의 타율과 225홈런, 809타점을 때렸다. 일본서 4년간 거포로 이름을 떨쳤고,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플래툰으로 출전하면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뽐냈다. 강민호는 2015~2016년, 두 시즌 동안 타율 3할1푼7리, 55홈런을 기록했다. 롯데는 지난해 김문호와 김상호의 성장, 전준우의 복귀 등으로 올해 한층 강력한 타선을 자랑할 전망이다. 이대호-강민호 쌍포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롯데 구단에 따르면 이대호는 계약 직후 강민호에게 입단 소식을 직접 전했다고 한다. 이대호는 강민호에게 "우리 둘이 힘을 합쳐 사직구장을 다시 노래방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강민호는 "형, 반드시 그렇게 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전지훈련서 착실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강민호는 "대호형이 오니까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후배들이 잘 따르고 있다"고 했다.
롯데는 올해가 도약 또는 추락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은 의욕과 희망이 넘친다. 이대호-강민호의 의기투합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