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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이스라엘을 뭉치게 만든 '유대인의 이름'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3-08 00:22


7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이스라엘과 대만의 경기에서 이스라엘이 15대7 대승을 거두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3.07/

"우리의 활약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야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초반 최대 이변의 주인공은 이스라엘 대표팀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변'이 아니라 '경계를 받지 못했던 대상'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다. 이스라엘은 알려지지 않은 팀이었다. 한국 대표팀도 전력 분석을 할 때 가장 고민이 많았던 상대다.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WBC를 주최하는 메이저리그사무국(MLB)은 더 많은 국가의 대회 참여를 위해 직계 가족인 부모, 조부모 중 한명만 해당되도 선수가 국가대표로 뛸 수 있도록 열린 규정을 만들었다.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팀이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에 뿌리를 둔 유대인들은 전세계에 흩어져있다. 특히 미국에 자리를 잡은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으나, 유대인 핏줄로 태어난 선수들이 대표팀에 선정됐다.

이스라엘 대표팀이 제출한 최종 28인 엔트리 중 실제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선수는 슬로모 리페츠 한명 뿐이다. 27명은 모두 미국 태생이다. 대부분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고, 독립리그나 소속이 없는 선수도 있다. 빅리그 출신 백전노장 제이슨 마르키스가 '무적' 선수에 해당한다.

거의 전부가 미국 출신인만큼 이스라엘 국기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두고, 조직력에 의문을 갖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훨씬 더 끈끈한 팀이었다. 1라운드에서 한국과 대만을 완파하며 강한 실력까지 증명하고 있다.

이들이 이스라엘 대표로 새로운 소속감을 갖게 된 것은 '유대인'이라는 연결 고리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유대인들은 길고 험난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특히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정권 아래에서 유럽 전역의 유대인들이 핍박을 받았고, 미국 정착 과정에서도 설움을 겪었었다. 부모, 조부모로부터 유대인의 역사를 듣고 자랐던 선수들은 이스라엘 대표팀 일원이 됐다는 사실에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 WBC 대표팀에 발탁된 후 아이크 데이비스, 라이언 라반웨이 등 주축 선수 10명이 지난해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했었는데, 이것도 많은 동기부여가 됐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유대인인 데이비스는 "이스라엘 방문은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다. 자라면서 부모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기게 됐고, 듣기만 했던 지명들을 직접 봐서 신기했다. 내 삶을 바꾸는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라반웨이 역시 "이스라엘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현지 음식을 먹었는데 우리가 어떤 나라를 대표하는 것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야구 발전과 유대인 출신 운동선수로서의 사명감도 상당했다. 데이비스는 "우리 가족들이 유대인이라서 겪었던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큰 대회에서 이스라엘팀이 관심을 받는 것은 운동선수를 꿈꾸는 어린 유대인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멀리 내다봤다. 또 "이런 기회를 통해 이스라엘에서 야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가장 바라는 점이다. 작은 변화로 시작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진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


라반웨이는 "이스라엘 대표팀으로 뽑힌 후 정말 많은 유대인들의 연락을 받았다. 우리는 유대인이기 때문에 핍박을 받았었다. 전세계에 있는 유대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대회다. 우리는 높은 수준의 경기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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