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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만 이렇게 하냐고요? 정규시즌에도 똑같습니다."
취임 후 의욕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꿈꾸던 많은 그림들을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시즌이 현실로 닥치면 경기에만 집중하게 되기에, 경기 외적인 부분들을 신경쓰기 쉽지 않다. 그래서 kt 관계자들이 말하는 뛰놀 수 있는 분위기, 그게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kt 덕아웃을 지켜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삼진을 먹고 들어오는 선수들이었다. 힘차게 헛스윙을 하고, 당당하게 덕아웃에 뛰어들어왔다. 그리고는 김 감독, 김광림 타격코치와 타격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감독, 코치가 일방적으로 뭘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양쪽에서 얘기가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선수가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면, 선수들이 감독과 먼 덕아웃 출입구로 들어오기 마련인데 kt 선수들은 김 감독 옆 출입구로 유유히 들어왔다. 김 감독은 1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상대 알렉시 오간도에 7개의 삼진을 먹은 선수들을 향해 "아주 잘했다. 그냥 서서 당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윙 다 하고 당한 삼진이기에 아주 잘한 것"이라고 오히려 칭찬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스킨십이 많다. 감독들은 선수들의 몸상태나 출전 가능 여부 등을 코치와 트레이닝 파트를 통해 보고 받는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나가는 선수들을 붙잡고 직접 대화를 한다. 사구를 맞은 전민수에게 "괜찮느냐. 시합에 뛸 수 있겠느냐"며 상태를 꼼곰히 체크했다. 경기 전 훈련 후 밥을 먹으러 들어가는 장시환을 붙잡고도 한참이나 얘기를 나눴다. 자신의 훈련을 마친 후 동료들을 위해 배팅볼을 던져준 윤요섭의 열정을 잊지 않고 "요섭이 나이스볼. 고생 많았다"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감독의 이런 한 마디에 선수들은 힘과 용기를 얻는다.
자신도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선수들이 인터뷰를 할 수 있게끔 불러 세워놓고 자신은 뒤로 쑥 빠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뷰를 통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선수들을 콕 집는다. 포지션, 폼을 바꿨다거나 아직은 주전급이 아닌 선수들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깊은 뜻이 숨어있다.
아직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는 시범경기이기에 이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김 감독에게 물었다. 돌아온 김 감독의 답은 단호했다. "정규시즌에도 똑같은 모습일 겁니다. 지켜봐주십쇼"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