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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에 따르면 이번 시즌 10개팀 외국인 선수 30명의 평균 몸값(계약금+연봉)은 103만7000달러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실시된 이후 처음으로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시즌 초 이들의 활약상을 보면 '성적은 몸값 순이 아니다'는 말을 실감한다. 고연봉자가 팀공헌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저가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적은 돈을 받고도 시즌 초부터 맹활약을 펼치는 대표적인 선수가 피어밴드다. 17일 현재 3승,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중이다. 3경기에서 25이닝을 던져 1점 밖에 안줬고, 최근 2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중이다. 지난 9일 삼성전, 15일 LG 트윈스전서 각각 9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현존 최강 에이스다.
그럼에도 몸값 대비 성능 으뜸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강력해진 직구와 새롭게 장착한 너클볼,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타자들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다. 김 감독은 16일 LG전을 앞두고 "피어밴드가 20승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페트릭 역시 받는 연봉에 비해 활약상이 돋보인다. 3경기서 19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중이다. 모두 패전을 당했지만, 6~7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삼성은 105만달러를 받는 앤서니 레나도가 부상으로 아직 1군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페트릭의 고군분투가 고마울 뿐이다.
롯데는 10개팀 가운데 외국인 선수 합계 몸값이 205만달러로 가장 적다. 그래도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대만 프로야구서 1경기를 던지고 파커 마켈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애디튼은 2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조원우 감독은 "선발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경기운영이 좋다. 경기를 만들어 준다. 지금 정도만 해줘도 어딘가"라고 칭찬했다. 번즈는 공수주에서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타율 3할4리, 3홈런, 9타점, 10득점을 기록중이다. 외국인 타자중 타율이 가장 좋다. 파이팅이 좋고,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에반스는 현재 두산 타선의 중심이다. 타율 2할9푼6리, 5홈런, 14타점을 마크했다. 홈런 공동 1위, 타점 2위의 성적이다. 지난 14일 NC전에서는 연타석 홈런으로 4타점을 때리며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기복이 심한 탓에 중심타선에 끼지 못했던 에반스는 현재 붙박이 3번타자로 나서며 김태형 감독의 신뢰를 듬뿍받고 있다.
구단에 따라서는 비싼 선수들이 부상 또는 부진으로 헤매는 반면 값싸게 데려온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는 상황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돈받고 싸운다'는 용병이 몸값 이상의 활약을 해준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