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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면 할말을 잃는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또 잘 던지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본인은 물론이고 팀도 맥이 빠지고, 한화팬들은 속이 탄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달 중순 비야누에바의 첫 승이 계속 늦어지자 걱정을 했다. 김 감독은 "비야누에바가 잘 던지고도 승운이 없다. 타자들이 더 도와줘야 한다. 한편으론 개막전부터 1선발이었다. 상대 에이스와 맞대결이 잦다. 본인이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비야누에바는 상대 에이스를 상대할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변함없는 것은 비야누에바가 나올때마다 한화 타선은 그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4월 7일에는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와 선발 맞대결을 펼쳤고 5이닝 동안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유일하게 퀄리티 스타트에 실패했던 경기, 스스로 무너졌던 하루였다. 4월 13일 삼성 라이온즈전은 우규민과 맞붙었다. 비야누에바는 6⅓이닝 1실점 호투에도 승패없이 물러났다. 한화는 1대5로 졌다. 4월 19일 LG 트윈스전(시즌 4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따냈다. 김대현이 선발 상대였고 비야누에바는 8이닝 무실점으로 오래 버텼다. 한화는 3대0으로 이겼다.
비야누에바는 4월 2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경미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지금까지의 맞상대 에이스는 니퍼트와 헥터, 우규민 정도였다.
나머지는 한화 타자들이 상대 선발에 이상하게 억눌렸다. 5월 16일 넥센전 최원태와 4월 25일 롯데전 송승준은 한화를 상대로 의미있는 선발역투를 펼쳤다. 최원태는 데뷔 이래 최고투였고, 송승준은 그날 5⅔이닝 1실점으로 첫 승을 따낸뒤 파죽지세 3연승을 내달았다. 송승준의 3승 중 2승을 한화가 헌납했다.
비야누에바는 피칭 템포가 대단히 빠르다. 야수입장에선 수비하기가 편하다. 체인지업과 커브, 투심패스트볼 등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볼이 많아 땅볼 유도가 많은 편이다. 시즌 초반과 달리 한화 수비가 안정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야누에바만 나오면 한화 타선은 움츠러든다. 득점지원은 매번 4점 이하다.
다행인 점은 비야누에바의 태도다. 미국 대학시절부터 꼼꼼하게 자신의 경기력과 야구마케팅 관련 리포트를 써온 학구파로 알려져 있다. 팀과 동료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있어 신사라는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비야누에바는 경기후 "팀이 우선이다. 내가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보다 팀이 져서 속상할 뿐"이라고 말한다. 말이라도 고맙다. 한화팬들은 온라인에서 매번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는 비야누에바를 '토닥 토닥' 격려중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