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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리 갈 길을 간다."
상위 팀들은 최하위 kt전 1패가 마치 2~3패와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순위 경쟁 상대와의 경기보다 더욱 신경쓰인다.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치는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kt를 만날 때면 선발 로테이션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해야하는 경기인데, 상대 원투펀치 라이언 피어밴드-고영표를 만나는 것보다 다른 투수들을 만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kt 김진욱 감독 입장에서도 민감한 문제다. 괜히 어느 팀에 원투펀치를 다 가동하고, 다른 경쟁팀 경기에서는 실험적 투수 기용을 하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박세진 선발이 확정된 후 넥센은 알게 모르게 안심을 했을 수도 있다. 올시즌 불펜으로 1군 경기 딱 1경기 나왔었고, 첫 선발 등판이기에 스스로 긴장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투수가 나올 때보다 더 쉽게 경기를 풀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넥센은 박세진의 느리지만 당당한 투구에 말려 경기를 망쳤다. 다른 고춧가루보다 더 매운 '태양초 고춧가루'를 kt로부터 얻어맞은 것이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kt를 만날 때 누가 선발로 나올 지 신경쓰기 보다는, 누가 등판하든 자신들의 야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할 듯. 그렇다고 김 감독이 아무렇게나 선발 실험을 하는 건 아니다. 김 감독은 "새로운 선수에게 기회를 줘도, 막 투입하는 게 아니라 그 투수가 성공할 만한 경기에 내보내는 것이다. 투수의 투구 스타일과 상대 타선의 상성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진의 넥센전 등판이 그냥 이뤄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kt는 앞으로 어떤 팀들을 더 괴롭히며 성장하게 될까.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잘하다 보니, 사상 첫 100패팀이 될 위기도 벗어나는 듯 보인다. 20경기가 남은 가운데 4승만 하면 굴욕은 피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