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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팀의 수장인 감독이 정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책임이 막중한 일이기 때문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이 투수 교체 타이밍이 승패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7~8이닝을 믿고 맡길만한 선발 자원이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많은 팀이 타선의 폭발력을 앞세우고 있어 투수 운용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지난 15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그랬다. 0-1로 뒤진 5회 무사 1,3루에서 박세웅에게 마운드를 물려받은 조정훈은 모창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호준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롯데에 2점째를 내줬다. 이어진 만루에서 권희동에게는 3루 땅볼을 유도해 홈으로 쇄도하는 3루 주자 재비어 스크럭스를 아웃시켰다. 손시헌에게는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줬지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2사 1,2루에서 누가봐도 조정훈이 더이상 버티기 힘든 것처럼 보였지만 조원우 감독은 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불펜에서는 이명우가 몸을 풀고 있었지만 조정훈으로 계속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이 5회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조정훈은 김태군과 김준완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1실점 후 만루에서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박진형 대신 이명우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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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교체 역시 패착이었다. 이명우는 박민우에게 1타점 적시타, 나성범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다시 3실점을 더해 점수차는 7점으로 벌어졌다. 반면 6회부터 등판한 박진형은 2이닝을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물론 결과론이지만 조정훈이나 이명우 대신 박진형이 먼저 등판했으면 이날 경기의 판도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경기 후 조 감독은 "(조)정훈이가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넘어가면서 상황이 안 좋아져서 (이)명우를 투입했던 게 결과가 안 좋았다. 정훈이를 믿어서 (박진형보다) 먼저 썼던 것이다. 이후 박민우, 나성범이 나오는 타순이라 명우를 준비시켰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일은 지난 5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있었다. 이날 SK 와이번스의 에이스 메릴 켈리가 선발 등판했다. 경기 전 트레이 힐만 감독은 "켈리의 조기 강판 선택지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와일드카드 경기서도 모두 선발이 조기 강판된 것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1회부터 흔들린 켈리를 힐만 감독은 내리지 않았다. 이미 1회에 0-4가 됐지만 2회도 켈리에게 맡겼고 3회에는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아내고 내려왔다. 2⅓이닝 8실점으로 최악의 경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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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때도 분명히 눈에 띄는 투수교체 타이밍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만한 점은 김태형 두산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의 성향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웬만한 대령실점이 아니고서는 선발 투수에게 믿고 맡기는 유형이다. 반면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이후 퀵후크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감독이다. NC는 올시즌 53번으로 가장 많은 퀵후크가 있었고 두산은 가장 적은 29번이었다.
이들의 지략대결을 보는 것도 올해 플레이오프를 재미있게 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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