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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A가 물건너갔다. 플랜B 가동이 불가피해졌다.
허프와의 협상 결렬은 순전히 계약 조건 차이 때문이다. LG는 올 시즌과 같은 보장 금액 142만달러와 옵션을 제시했지만, 허프 측은 연봉과 옵션 포함 200만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프는 일본 프로야구 아쿠르트 스왈로즈행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양상문 단장은 "허프는 올해 부상 때문이기는 했지만 투구이닝(124⅔이닝)이 부족했다. 올해와 같은 조건이라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일본 쪽에서 그 이상 어느 정도를 제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구안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고 밝혔다.
LG는 이제 새 외국인 투수를 찾아야 한다. 리스트는 마련해 놓았다. 기존 후보들에 김동수 스카우트 총괄이 리즈 투구를 보러 현지에 가있는 동안 추가한 선수들이 협상 대상이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있는 선수들도 있다.
양 단장은 "허프와 소사의 재계약이 먼저였다. 리즈는 부상 위험 때문에 안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새롭게 찾아야 하는데, 후보들은 충분히 있다. 검증이 안됐을 뿐이지 상당한 수준의 투수들이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LG는 검증된 허프를 놓침에 따라 내년 시즌 선발 마운드가 약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과 차우찬 류제국 임찬규 김대현 신정락 임지섭 손주영 등을 선발 자원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보장 금액 95억원의 조건으로 이적한 차우찬은 누가 뭐래도 선발투수다. 보직이 바뀔 이유가 없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그와 함께 했던 류 감독은 "우찬이는 (올해 성적)그 정도면 된다"며 신뢰를 보였다.
결국 1~3선발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내년 전지훈련서 두 자리를 놓고 4~5명이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 될 것으로 류 감독은 내다봤다. 영건들에 대한 기대도 크다. 입단 2년차인 김대현은 지난달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 선발돼 주목을 받았다. 140㎞대 후반의 직구가 주무기다. 임지섭은 올해 상무에서 11승4패, 평균자책점 2.68로 호투하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LG는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4.11로 2명의 20승 투수를 배출한 KIA 타이거즈(4.30)를 앞섰다. 선발진 투구이닝도 10개팀 가운데 최다인 824이닝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는 62회로 3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34회로 2위였다. 전반적인 선발진 전력이 최정상급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수준에서 더 업그레이드 된다면 LG로선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외국인 투수 2명의 조합이 그래서 관심을 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