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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두산 베어스)는 팀에서 이미 기념비적인 선수다. 그는 두산 최초로 '20(홈런)-20(도루)클럽'을 달성했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 입장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 기록이다.
하지만 두산에서 박건우의 존재감은 실력만이 아니다. 그 넘치는 장난끼로 인해 팀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있다. 25일 2차 캠프지인 일본 미야자키로 가는 기내에서도 박건우는 장난끼를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올해 2차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후배 박신지의 뒷자리에 앉게 됐다. 박신지가 박건우의 타깃이 된 것은 당연한 일. 박건우는 초등학교 때나 하던 장난을 박신지에게 걸었다. 기내식 스티커를 몰래 박신지의 등 뒤에 붙였다. 영문도 모르던 박신지는 착륙 후 내릴 때가 돼서야 마음씨 착한 일본 승객의 도움으로 등 뒤 스티커를 떼어낼 수 있었다.
박건우의 장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입국 수속을 기다리면서도 몸이 근질근질했던 박건우는 또 다른 스티커를 이번에는 룸메이트 류지혁의 등 뒤에 붙이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 스티커는 한참 동안 류지혁의 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시즌보다 '벌크업'된 몸은 그가 오프시즌 동안 얼마나 노력을 했나를 보여준다. 또 비행 내내 모자른 잠을 보충할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훈련에 피곤함이 크다. 하지만 야구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평소에는 '장난꾸러기'같은 성격으로 인해 그를 보는 동료들의 마음도 늘 즐겁다.
미야자키(일본)=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