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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 진심으로 죄송하다."
LG는 전날 KIA전에서 덕아웃 통로 벽에 상대 투수와 포수의 사인에 따른 코스, 구종을 판단하는 기준을 적은 종이를 붙여 놓고 경기를 해 논란을 일으켰다. 종이에는 '우타자 기준 몸쪽:검지 왼쪽 터치' 등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LG 양상문 단장은 "우리 선수들이 도루 능력이 떨어지니까 전력분석팀에서 나름대로 자료를 만들어 도움을 주려고 한 것 같다. 1루주자가 나가면 보통 상대 포수 사인을 보고 변화구 타이밍을 판단하고 도루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붙여놓은 건 잘못됐고 오버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류중일 감독도 머리를 조아렸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전 취재진과 만나 "현장을 책임지는 감독으로서 죄송하고 야구를 사랑하시는 팬분들,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사건 경위에 대해 "전력 분석팀에서 사인을 알아가지고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이라고 하는데 비겁한 행위다. 난 경기 끝나고 알았다. 결코 그런 행위는 해서는 안된다"면서 "내가 알았다면 절대로 못 붙이게 했을 것이다. 전력분석팀은 괜찮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류 감독은 "전력분석팀과 담당코치가 구두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가끔 있지만, 그런 걸 붙여놓는 건 처음 본다"며 "사인을 알아내서 타자한테 알려준다든가의 행위는 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사인 훔치기 등 비신사적 행위에 대해서는 프로야구선수협회서도 10개팀 주장들이 모여 "서로 하지말자"고 약속을 한 사안이다. 류 감독은 "사실 1루주자에게 포수 사인은 잘 안보인다. 포수에 따라 보이는 포수도 있는데, 투수 견제를 신경 쓰면서 포수 사인까지 본다는 건 힘들다"면서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사인을 알아내서 주자가 도움을 받는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 전 류 감독은 KIA 김기태 감독과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는 논란이 된 이번 사건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류 감독은 "어제 안치홍이 사구를 맞고 손가락에 실금이 간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