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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워서 카메라도 제대로 못쳐다볼 정도다. 그만큼 주목받아본 경험도 없는 선수다. 하지만 그는 15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쳐보였다. 데뷔 후 첫 선발 출전. 주전 포수 정범모가 무릎 통증으로 결장하며 얻은 '천금'같은 기회를 윤수강은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이날 윤수강은 아찔한 순간을 맛보기도 했다. 3-3 동점이던 9회말 포수 땅볼로 1루에 나갔고 박민우의 2루 땅볼 때 병살처리하려던 유격수 문규현의 1루 송구에 머리를 맞았다. 윤수강이 잠시 정신을 잃은 듯 보일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구급차까지 경기장에 들어왔다. 하지만 윤수강은 목보호대만 착용한 채 곧 일어나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비로 경기가 취소된 16일 더그아웃에서 만난 윤수강은 15일의 부상에 대해 묻자 "어제는 좀 아팠는데 지금은 아프지 않다. 그냥 혹이 나서 조금 아픈 정도다"라고 했다. "앞으로 공이 무섭지 않겠나"라고 했더니 "무서우면 안된다. 나는 무서우면 안되는 위치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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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첫 선발 출전이었다. "처음 선발로 출전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긴장도 했는데 어차피 시합은 1군이나 2군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니 편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첫 타석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3B2S까지 가면서 내 스스로 욕심이 나서 힘이 들어가니 어깨가 열리더라. 속으로 계속 마인드 콘트롤하면서 '밀어치자'라고 생각하면서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특히 9회초 이병규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할 때는 아직도 눈에 밟힌다. "(이)민호가 직구가 좋고 상대 타자가 직구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 그냥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내가 괜히 한 번 더 보고 가자는 생각에 포크볼 사인을 냈다. 그걸 병규형이 잘 쳤다. 그게 가장 아쉽다."
그래도 선발 데뷔전에서 임팩트 있는 활약이었다. "준비만 잘하고 있으면 기회가 한 번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함을 잊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해 한 해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는 윤수강은 아직도 큰 욕심은 없다. "'주전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1이닝만 나가도, 수비만 나가도 감사하다. 몇경기 몇안타 이런 목표를 세울 입장이 아니다"라며 겸손해 했다.
▶선수 포기 직전 "가족 친구 응원에 꿈 안접어"
윤수강은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다. 이름도 유여운에서 개명을 했다. "순수할 수(粹)에 강할 강(强)이다. 사실 다치지 말라고 개명을 했다" 그런데 첫 선발 출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에 안맞고 헬멧에 맞았다. 액땜했다고 생각한다.(웃음)"
2012년 대졸 신인으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윤수강은 경찰청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한 후 복귀했지만 2015년 트레이드로 KT 위즈 선수가 됐다. 하지만 이듬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트윈스로 갔고 2016년 시즌 후 방출의 아픔을 맛봤다. 무적 선수로 광주일고 배터리코치로 있던 윤수강은 우연히 NC 스카우트 팀의 눈에 띄어 올해부터 NC유니폼을 입었다.
"다시 테스트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한 윤수강은 "진짜 지도가로 계속 가야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아직은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줬다. 그것 때문에 꿈을 안접었다"고 했다.
그렇게 스승의 날에 치러진 선발 데뷔전에는 광주일고 제자들이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고 그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