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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들어 무서운 속도로 홈런수를 늘린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페이스'를 늦추지 않았다. 홈런왕 경쟁에서 '역전승'할 수 있을 지에 더욱 큰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가 무서운 것은 지난 4월 13일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공백기를 가졌으면서도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경쟁자들과 비교해 박병호는 29경기를 덜 치렀다. 부상 이전 박병호는 4홈런을 기록했다. 그가 재활을 하는 동안 홈런 레이스를 주도한 선수는 SK 최 정과 로맥, 김재환이었다. 박병호가 복귀하기 직전인 5월 19일 홈런 순위는 1위 최 정(18개), 2위 로맥(14개), 3위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12개), 4위 김재환(11개)이었다. 최 정을 비롯한 3~4명의 선수가 시즌 끝까지 치열한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됐고, 박병호는 이름조차 거론될 수 없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중순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최 정은 허벅지 부상으로 3주간 빠져 있었고, 경쟁자들의 페이스는 뚝 떨어졌다. 그 사이 박병호가 스퍼트를 낸 것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아시안게임에서도 장타 감각을 이어갔다. 특유의 간결한 스윙과 정확한 선구안이 발군이고,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이 보태졌다. 아시안게임 중계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이승엽은 일본과의 결승전 당시 박병호가 백스크린을 맞히는 홈런을 때리자 "백스크린도 넘기지 못하니 실망스럽다"는 반어적 코멘트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박병호가 홈런을 칠 때마다 "박병호 선수 대단합니다"라고 연신 외쳤던 이승엽이다.
경기수와 홈구장 조건을 감안하면 여전히 불리하지만, 가장 유력한 홈런왕으로 박병호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안게임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