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슈 분석]1790만달러 퀄리파잉 오퍼 제시받은 류현진의 선택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11-04 10:42


LA 다저스 류현진이 구단으로부터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받았다. 류현진은 오는 13일(한국시각)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해 통보해야 한다. 받아들일 경우 다저스 잔류, 거부할 경우 FA가 된다. 지난 4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한 류현진. 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AP연합뉴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LA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퀄리파잉 오퍼(QO)를 제시받은 류현진은 오는 13일(이하 한국시각)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오프시즌 QO는 1년 1790만달러(약 200억원)다. 류현진이 이를 받아들이면 다저스에 잔류하는 것이고, 거부하면 FA가 돼 메이저리그 전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만일 류현진이 다른 팀과 계약하면 다저스는 내년 드래프트 지명권 1장을 해당 팀으로부터 보상받는다. 지명권 순서는 류현진과 계약한 팀의 사치세 수준에 따라 정해진다.

QO를 수용하든 거부하든 그 배경에는 확실한 이유, 명분이 있어야 한다. 2012년 QO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73명의 FA가 이를 제시받았고, 그 가운데 받아들인 선수는 5명 밖에 안된다. 즉 QO를 제시받았다는 건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특급 FA'임을 의미하며, 실제 QO를 거부하고 나간 대부분의 FA들이 원하는 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러한 '대부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부상 경력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2013~2014년, 두 시즌을 제외한 나머지 4년 동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나마 류현진이 QO를 제시받은 것은 지난 8월 복귀 후 누가 봐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15경기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1.97로 시즌을 마쳤으니 몸 상태에 문제가 없고, 스피드와 제구도 정상 수준을 회복했음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QO를 제시한 것은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와 건강할 때의 기대치를 모두 담고 있다. 우려는 계약기간 1년, 기대치는 1790만달러에 나타난다. QO로 설정된 1790만달러는 올해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이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 연봉의 4배에 해당한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부상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류현진에게 1년간 그 정도 액수는 아깝지 않다는 다저스 구단의 결정이라고 보면 된다. 류현진이 거부해 다른 팀으로 가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유망주 신인 1명을 보상받을 수 있으니 손해볼 것은 없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류현진과의 재계약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땅한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다저스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또 하나, 류현진은 FA 선발투수 시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패트릭 코빈, J.A. 햅, 댈러스 카이클, 네이선 이볼디, C.C. 사바시아, 찰리 모튼, 지오 곤잘레스, 웨이드 마일리, 랜스 린, 맷 하비 등 수준급 선발투수들이 대거 시장에 나온다. 류현진과 같은 왼손 투수들이 특히 많다.

선발투수가 절실한 대표적인 구단은 뉴욕 양키스다. 이와 관련, MLB.com은 4일 양키스가 탐을 낼만한 FA 선발투수에 류현진을 포함시켰다. 양키스는 현재 검증된 선발투수가 다나카 마사히로와 루이스 세베리노 밖에 없다. 존 헤이먼 기자는 '양키스는 코빈과 햅에 큰 관심이 있다. 커쇼가 LA에 잔류했지만, 카이클, 이볼디, 류현진, 모튼, 곤잘레스, 마일리, C.C.와 같은 투수들도 시장에 나와 있다'고 했다. 류현진에게는 반가운 전망이다.

그러나 같은 매체 앤소니 카스트로빈스 기자는 'FA 시장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를 보면 1년 1790만달러짜리 QO는 일부 선수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 때문에 7명만이 QO를 제시받았다'면서 'A.J. 폴락이나 류현진처럼 부상이 잦았던 선수들에게 1년짜리 특급 계약은 시장에서 받을 장기계약을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the one-year premium might be worth forgoing multiyear possibilities on the market)'고 했다. 류현진은 부상 경력 때문에 시장에 나가봐야 좋은 대우, 즉 장기계약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은 부상 경력이 위험 요소지만 건강할 때는 아주 효율적으로 던진다'면서 '올해 FA 시장은 지난해처럼 더디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저스와 양키스 뿐만 아니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사치세와 상관없이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데려오는 싸움에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류현진에 대한 수요가 꽤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13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다. 물론 이전에 다저스와 류현진이 파격적인 다년계약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남북교류 특별페이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