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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SK 류준열 사장 "이재원 오버페이? 우린 브랜드를 샀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9-01-01 06:09


SK 와이번스 류준열 사장. 팬들에게 하트를 전한다며 포즈를 취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26/

그야말로 행복한 스토브리그. 2018시즌 우승팀 SK 와이번스 류준열 사장을 만났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칼바람이 휘몰아치던 연말. 인천 문학구장 구단 사무실, 산더미같이 쌓인 책들 사이에 미소가 번진다. 우승이 좋긴 좋다.

2018년 SK는 대단한 가을을 보냈다. 최강 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에서 무너뜨렸다. 믿기힘든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명승부는 역대급으로 기억될 것이다. SK는 짜릿함을 뒤로하고 내년 시즌에 대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2019년은 변화의 연속이다. 2년간 팀에 영감을 불어넣었던 트레이 힐만 감독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염경엽 단장이 감독으로 지휘봉을 쥔다. 힐만 감독이 남긴 유산을 팀의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염 감독과 3년간 총액 25억원의 역대 최고대우. 최 정과는 6년 106억원, 이재원과도 4년 69억원. 잡을 사람은 확실하게 눌러 앉힌다는 SK의 전통은 이번에도 재확인됐다.

류준열 사장은 "염경엽 감독 연봉은 구단 내부에선 이것도 적다는 반응이 많았다. 가치 판단의 문제"라고 했다. 포수FA 이재원 계약의 오버페이 논란에 대해선 "선수의 기량만 산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스토리까지 산 것"이라며 일축했다. 2018년 103만 관중으로 역대 두번째 100만관중을 달성한 SK. 2019년에도 성적과 흥행을 모두 잡겠다는 각오다.


SK 와이번스 류준열 사장. 독서광답게 집무실 책상에 책에 가득 쌓여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26/
-행복한 겨울이다

▶한국시리즈까지 치르니 확실히 시즌이 길다(웃음). 우승후 축승회 등 일정이 잦았다. 기존 외국인 선수 계약 등도 소홀할 수 없었다. 굉장히 시간이 빨리 흘렀다. 그래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 5번째 사장인데 우승을 경험한 두 번째 사장이 됐다. 신영철 사장님 때 3번 우승했었다. 난 운이 좋다.

-염경엽 감독 연봉은 역대 최고다.

▶내부에선 그것도 적다고 했다.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다. 염 감독은 우리 구단의 나아가는 방향과 잘 맞고, 전략적 디테일을 추구한다. 굉장히 스마트한 분이다. 우리는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염 감독이 합류하면서 그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이제 실행이 남았다. 이런 것을 종합하면 염 감독의 가치 또한 대단한 것이다. 염 감독은 몇몇 팀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염 감독은 코치들에게 매우 엄격하다고 소문이 났다

▶히어로즈에 있을 때도 그렇고 함께 일한 코치들이 죄다 잘됐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해당 코치들은 개인적으로 다 잘 됐다. 연봉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같은 연차나 경력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는 코치들이다. 이는 염 감독의 장점 중 하나다. 함께할 때는 힘들어하고 불만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헤어진 이후로는 염 감독에 대해 좋은 평가가 많다.

-지난해 100만 관중을 넘겼다. 2019년에도 100만 관중이 가능할까.

▶구성원들에게도 얘기를 했다. 올해 103만을 했다고 내년엔 105만, 108만명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목표는 100만 관중이지만 재방문율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로열티 높은 팬층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른바 팬덤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우승할 때 팬이 확 늘었다가 성적이 나쁘면 떨어진다. 모든 구단이 마찬가지인데 성적에 의해 관중수는 춤을 춘다. 이러면 안정성이 없다. 우린 명문구단으로 도약하고 싶다. 로열티 높은 팬을 많이 모시고 싶다. 성적이 안 좋을때는 로열티 높은 팬층을 만들기 힘들다. 가장 우선시 되는 지표는 재방문율이다. 또 하나는 제 2구단으로 우리를 응원하시는 팬들을 더 확보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말하는 개척가능한 시장이다. 언제든지 열성팬으로 바뀔 수 있는 분들이다.

-SK의 2019년을 전망한다면

▶목표는 우승이다. 최근 염 감독과 티타임을 하면서 2019시즌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염 감독은 내년 강팀으로 두산 넥센 롯데 그리고 우리팀을 찍었다. 롯데가 포수 약점이 있긴 하고 외국인 변수가 있지만 외국인이 잘해준다면 타자들이 워낙 좋아 무섭게 변할 수 있다. 롯데의 투수 풀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힐만 감독이 우승컵 복제품을 받기 원한다고 들었다

▶카피본을 만들고 있다. 힐만 감독이 간 마이애미 말린스의 스프링캠프가 우리 스프링캠프지(미국 플로리다)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거리라 전지훈련 때 가져가서 전달해주기로 했다. 우승컵 카피본 가격이 꽤 비싸다. 수백만원이다. 힐만 감독은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

-힐만 감독이 남긴 유산이라면

▶시즌 중에 염 감독과 얘기했는데 일단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것. 어느 감독도 못한 부분이다. 염 감독도 상당히 부러워한다. 내가 염 감독에게 '감독님도 저렇게 하실 수 있냐'라고 물으니 100%는 어렵다고 하더라. 힐만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다. 자신을 내려놓으면서 우리팀에 긍정 에너지를 심었다.

-SK가 FA시장 질서 파괴자라는 얘기가 있다

▶최 정은 6년 계약이니 논외다. 이재원 때문에 일부 그런 평가를 받았다. 우리는 내부 FA를 많이 잡는다. 우리 구단의 철학 중 하나다. 명문구단이 뭐냐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선수의 역량만 사는 게 아니라 선수가 갖고 있는 스토리와 브랜드를 샀다고 생각한다. 둘 다 우리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나중에 코치도 되고 감독도 될 수 있다. 우리의 판단은 향후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재평가 될 것이다.

-KBO리그는 성장중인가, 정점인가, 위기인가

▶야구판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짧은 식견 밖에 없다. 일단 FA 몸값은 높다. 풀이 작기 때문이다. 아마야구부터 풀이 작다. 투수가 부족해서 외국인 투수 2명을 쓰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가 안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야구에 인생을 걸 학생들이 적다. 대학야구 위축, 실업야구가 없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산업화 얘기를 하지만 너무 오프라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 같다. 팬들이 프로야구라는 스토리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안에서 오프라인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콘텐츠, 게임이나 다른 아이템 등 접근하는 여러 관점이 있다. KBO리그는 성장하고 있다. 발전할 여지가 있다. 고민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SK 와이번스 류준열 사장이 손가락 다섯개를 펴보이며 V5를 다짐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26/

인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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