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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에서도 강했다.
경기 전 키움 장정석 감독은 "병호가 2번으로 나서면 출루율이 대단히 좋기 때문에 뒷 타순에서 점수가 날 것이고, 또한 앞에 주자가 있으면 홈런이 나올 경우 득점력도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8,9번 타자들의 출루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병호의 방망이는 시작부터 불을 뿜었다. 0-0이던 1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LG 선발 타일러 윌슨의 초구 142㎞ 직구를 볼로 고른 뒤 2구째 가운데 높은 코스로 날아드는 144㎞ 직구를 그대로 걷어올려 좌중간 펜스 뒤 외야석 중단에 꽂았다. 비거리 135m 대형 아치였다. 타순을 바꾼 이후 첫 공식경기,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가동한 것이다.
그동안 줄곧 4번타자로 나섰던 박병호가 상위 타순으로 옮긴 배경은 역시 팀 득점력 극대화를 위해서다. 장 감독은 "캠프 전에 먼저 병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타순을 바꾸는 것에 대한 필요성 등에 관해 얘기가 됐다"면서 "이어 타격코치와 이야기를 하면서 2번 또는 3번 타순에서 어떨지를 지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호 자신도 4번 앞에서 치는 것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이날 키움은 이정후와 박병호를 테이블 세터로 놓고 제리 샌즈, 서건창, 김하성으로 중심타선을 꾸렸다. 장 감독은 "지금 타순으로 시즌을 맞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 타순이라는 게 시즌 들어가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병호가 다시 4번을 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타순 변화를 좀 많이 가져가려고 한다. 병호를 앞에 놓으려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상위타선에서 치면 아무래도 타석에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체력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이에 관해 장 감독은 "지명타자로 나가는 경기가 더 많아질 수 있다. 본인은 수비 안하는 걸 안 좋아하는데, 1루수로 주로 나가더라도 게임에서 완전히 빠지지 않는 이상 지명타자를 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병호는 주전 자리를 차지한 2012년부터는 2790타석에 나가 타율 3할1푼9리, 215홈런, 602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기록한 216홈런 가운데 215개를 4번 타순에 터뜨렸다. 다른 타순은 생소하다. 아직은 시험 단계지만, 키움은 박병호의 타순 변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기 후 박병호는 "첫 타석부터 적극적으로 임했고, 좋은 타격이 나와 올시즌 좋은 징조였으면 한다"며 "애리조나 캠프 마지막 경기서 처음 2번을 쳤는데 타석이 많이 온다는 걸 느꼈다. 체력 문제가 올 수 있는데 준비를 잘 하는게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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