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낡은 집에서 벌어진 또 한 번의 사고. 세입자는 이번에도 제 돈을 들여 고칠 수밖에 없었고, 그제서야 뒷짐을 지고 있던 집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KT 위즈 강백호의 부상으로 논란이 된 부산 사직구장의 이야기다.
부산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들이 26일 사직구장을 찾았다. 강백호의 부상 뒤 홈팀이자 사직구장을 임대 중인 롯데 자이언츠가 시설물 보수 작업을 펼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한참 뒤였다. 롯데는 강백호가 다친 25일 경기 직후부터 좌우 불펜 펜스 철망 구조물 보수 작업에 돌입했고, 빗줄기가 거셌던 26일 낮이 되서야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소 관계자들이 구조물 보수 작업이 잘 됐는지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롯데 구장혁신 TF팀장 동행 하에 10여분 간 사직구장을 둘러본 뒤 자리를 떴다.
4년 전에도 사직구장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15시즌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 투수 심창민이 불펜 문을 열고 나오다 왼손바닥이 4cm 가량 찢어지면서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문고리에 튀어나온 쇠 부분에 손을 다쳤다. 심창민은 이튿날 수술을 받았고, 복귀까지 한 달이 걸렸다.
구장을 임대했음에도 철저하게 운영하지 못한 롯데가 비판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매년 임대료를 받고 있음에도 누수-안전 문제에 뒷짐을 지고 있는 부산시의 행태에 더 따가운 시선이 쏠린다. 논란이 되면 마지못해 '점검'에 나설 뿐, 구체적 대안 제시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탁상 행정의 반복일 뿐이다. 롯데가 구조물 보완-구장 전체 안전 점검을 약속했지만, 정작 주인인 부산시의 무관심 속에 얼마나 개선된 모습을 보일진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같은 시각 원정팀이 쓰는 사직구장 3루측 더그아웃엔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천정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은 물때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고, 음침하게 줄기를 이뤘다. 더그아웃-라커룸을 연결하는 통로엔 맺힌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점검'을 위해 사직구장을 찾은 시 관계자들의 발걸음은 닿지 ?訪年?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