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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인터뷰]'벌써 피칭단계' 오승환, "자신 없었으면 돌아오지도 않았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12-27 08:00


재활 훈련을 마무리 한 오승환의 티셔츠에는 'Still #1'이란 문구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 때 오승환의 무표정을 패러디한 사진이 돈 적이 있다. 표정 없는 똑같은 사진들에 각각 다른 감정들이 적혀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만큼 오승환(37·삼성 라이온즈)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말도 많이 하지 않는다. 인터뷰를 해보면 "별 거 없어요"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언제나 변함 없는 돌부처 같은 듬직함. 마운드 위까지 이어지는 그의 정체성이자 매력이다.

크리스마스 직후인 26일, 서울 송파구 선수촌병원의 도수물리센터를 찾았다. 미국에서 귀국 후 첫 만남. 그는 병원 재활과 컨디셔닝 훈련에 한창이었다. 지난 8월23일 이 병원에서의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후 4개월이 흐른 시점. 속도가 빠르다. 그는 재활전문가인 선수촌병원 장진성 실장의 일대일 도움 속에 이미 재활 단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근력 등 체력 훈련을 마친 뒤 20m 캐치볼에 이어 하프 피칭 단계까지 소화했다. 특유의 돌직구가 미트를 만나는 쩌렁쩌렁한 투구음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주중에는 단 하루도 빠짐 없이 출근해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한 눈에 봐도 그의 몸 상태는 빈 틈이 없어 보인다. 복귀 후 처음 만난 허삼영 감독에게 "몸으로 보여드리겠다"던 다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페이스가 빠른 게 아니고요. 일부러 한번 올려보는 거에요. 수술 후 상태도 봐야 하고 해서요. 이렇게 계속 끌어올리기만 하면 나중에는 처져서 안되거든요. 오키나와에서 체력에 포커스를 맞춰 훈련하고 시즌에 맞춰 가야죠."


오승환이 26일 선수촌병원 도수물리센터에서 근력 훈련을 마친 뒤 피칭을 하고 있다.
수술은 만족스러웠다. 오랜 투구로 팔꿈치에 쌓인 뼛조각과 염증을 제거하는 과정. 느낌이 좋다. 보디빌더 못지 않은 근육질의 터미네이터 팔에 감탄하며 '그 팔 참 오래 썼다'고 하자 "앞으로 더 써야죠"라며 씩 웃는다.

"갑자기 아파서 수술한 게 아니잖아요. 4~5년 쌓여서 불편했던 걸 수술해서 깨끗해진 상태가 되니까 막혔던 게 뻥 뚫린 느낌이에요. 일본하고 미국에서 각각 첫 2년간 경기와 이닝수가 한국에서 보다 더 많았거든요."

표현이 박한 그의 이 정도 표현은 대만족을 뜻한다. 오승환은 '9년 주기' 팔꿈치 수술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야구 인생 고비마다 수술을 통해 재도약과 반등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냈다. 대학교 1학년이던 2001년 말 토미존 서저리 후 대학 최고투수로 우뚝 섰다. 2010년 시즌 후 뼛조각 제거수술도 재도약의 분수령이었다. 2005년 프로 입단 후 4년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다 2009, 2010년 2년 연속 4점대 평균자책점를 기록했다. 팔꿈치 통증이 문제였다. 원인을 제거하자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돌아온 끝판왕은 2011년 47세이브와 평균자책점 0.63이란 역대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2013년까지 3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또 한번 고비가 찾아왔다. 팔을 들어올릴 수 없을 만큼 불편한 채로 이 악물고 미국에서 버텼다. 메이저리그 막판이던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 고전한 이유다. 통증 탓이었을 뿐 결코 에이징 커브가 아니었다.


오승환이 26일 선수촌병원 도수물리센터에서 아령을 이용해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제가 (국내로) 돌아온 것을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정말 아니거든요. 그럴 거 같으면 저는 안 들어왔을 거에요. 기량이 다 떨어져 들어올 거 같으면 아예 거기서 은퇴하든지 했겠죠. 팀에 도움도 안되는데 뭐하러 들어오겠어요. 저는 지금 몸 상태도 그렇고 전혀 처진다는 생각 안하고 있습니다."


선수의 몸은 개별적이다. 물리적 나이가 아닌 근육이 말을 한다. "한국은 나이를 먼저 보잖아요. 그건 잘못된 거 같아요. 성적과 기량을 먼저 봐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2013년 이후 7년 만의 국내 무대 복귀를 앞둔 시점. 등록 D데이는 5월2일 주말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다.

돌부처의 이 정도 표현이면 엄청난 긍정이다. 몸과 마음의 준비가 무척 순조롭다는 의미다. 오승환이 떠난 뒤 마무리 부재로 불안했던 라이온즈 뒷문 단속.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훈련을 마무리 한 시점. 겨울 땀에 젖은 오승환의 티셔츠에는 'Still #1'이란 문구가 적힌 손가락 표시가 프린트 돼 있었다.

그렇다. 돌아온 끝판대장은 '여전히' 대한민국 넘버 원 마무리 투수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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