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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타운(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사실은 불안했다"고 했다. "나를 붙잡아준 구단에 감사하다"고도 했다. 이제 LG 트윈스 오지환(30)의 가장 큰 바람은 팀의 우승이다.
▶비시즌때 개인 훈련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서 따뜻한 곳으로 빨리 들어왔다. 비시즌 동안 시내 중학교에서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매일 했다.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어린 선수들을 보니까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보람찼다. 그 선수들은 프로 선수가 꿈이니까 나를 신기해하기도 하고, 수줍어하더라. 그래도 똑같은 운동선수니까 재미있게 훈련했다.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함께 훈련을?
-현재 시즌 준비는 어느정도 되고 있나.
▶몸 상태는 최고다. 따뜻한 곳에서 운동을 하니 몸이 굉장히 빨리 잘 만들어졌다. 계약이 잘돼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자체로 너무 좋다. 사실은 불안했다. 빨리 계약을 마치고 훈련을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 컸다. 지금은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좋고 코치님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있다. 짧고 굵게 훈련을 소화 중이다. 야간훈련도 자율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다보니 너도나도 나와 훈련을 자청하고 있다.(웃음)
-작년 시즌 막바지에 무릎 인대 부상이 있었는데.
▶이제는 다 괜찮다. 사실은 그 부분이 신경쓰여 더 빨리 호주에 들어왔다. 인대가 끊어진 것은 아니니 3개월 정도면 충분한 회복 시간이다. 오기 전에도 진찰을 받고 확인하고 왔다.
-그래도 당시 무릎 통증 때문에 중요한 포스트시즌을 제대로 뛰지 못했다.
▶정말 아쉽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중요한 경기에 뛰지 못했다는 자체만으로 화가 많이 났다. 단 2경기만에 내 포스트시즌이 끝났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좋은 상태로 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차라리 부상이 더 커지더라도 경기를 뛰면서 다치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교체 투입 이후 플레이가 전혀 아픈 선수같지 않았다.
▶막상 나가니까 괜찮더라. 사실 1차전부터 교체 출전이라도 하고 싶어서 계속 몸을 풀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심 감독님이 불러주셨으면 싶었다. 물론 감독님은 부상이 더 심각해질까봐 배려해주신 거지만, 앉아만 있으니 미칠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 뿐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린 게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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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혁이를 위해서는 박수쳐주고 싶었다. 1,2차전에 정말 잘해줬다. 본혁이가 잘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이 난다거나, 후배가 잘해서 질투를 하는 정도는 이제 지나간 것 같다.(웃음) 본혁이가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후배들과의 경쟁에 대한 생각은.
▶경쟁을 해야 나도 더 오래할 수 있다. 누구든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생각은 안한다. 하지만 경쟁 자체가 재미있다. 사실 정말 우연히도 나는 포지션 경쟁이 거의 없었다. 거의 늘 풀타임을 뛰었다. 많은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행복하고 감사하지만, 그런 마음 뒤에는 내심 자극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경쟁 심리가 붙으면 내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지금 후배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게 개인적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FA 계약 후 첫 시즌이라,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있을 것 같다.
▶그것도 물론있다. 예전에는 '올해 목표가 뭐에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전경기 출장', '부상 없는 시즌' 같은 답변을 했었다. 근데 FA 계약을 하니까 팀을 더 생각하게 된다. 나를 잡아줘서 고맙고, 이제 LG는 내게 가족 이상으로 느껴진다. 이제 팀 성적만 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정말 들었다. 그 다음은 내 개인 성적 중에 부족한 부분들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우승에 대한 갈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를 상상만 해도 벌써 떨린다. 저번에는 단장님에게 "롤렉스 시계 선수단에 한번만 보여주세요"라는 부탁도 했었다. 아직 안보여주셨지만.(웃음) 전설로만 듣던 시계를 실제로 보면 선수들이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최근에는 (유)강남이가 장난으로 "형, 시계는 제가 가져갈게요"라고 선전포고를 하더라. 그래서 "너가 가져가고, 제발 우리 우승 좀 하게 해줘"라고 부탁했다.(웃음) 그래도 올해는 시즌이 끝나고 정말 우리팀 누군가의 팔목에 그 시계가 채워져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기대가 생긴다.
-불펜 포수들을 굉장히 많이 챙긴다고 들었다. 구단에 처우 개선도 부탁했다고.
▶선배들께 잘 배웠다. 이병규 코치님이나 박용택, 봉중근 등 선배들의 그런 모습을 봤다. 다 선배들이 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평상시에 선수들과 똑같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고생을 정말 많이 하는 스탭들이다. 연봉은 선수들보다 적게 받으니 항상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래서 수훈선수 상금 같은 걸 받으면 통째로 나눠준다. 상금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니까 기분 좋게 쓰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에게도 "후배들 도와줘야 하는 돈이야"라고 말하면 충분히 이해한다. 실제로 그 이후에 처우가 좀 더 좋아졌다고 알고있어서 기쁘다.
블랙타운(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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